brunch

미술관을 가는 이유

[log7. 미술관 옆 동물원] 동물원이 그리워서

by 쿤스트캄

1998년 개봉작 <미술관 옆 동물원>, 어느덧 이 영화가 개봉한 지 30년이 다 되어간다. 한석규 배우가 출연한 쉬리만큼 또렷하게 기억나는 영화제목이다. 초등학생 꼬맹이였던 나는 저 예쁘고 멋진 사람들이 누굴까 생각했고, 훗날 비디오대여점에서 테이프를 빌려 보았고, 비슷한 시기에 설맞이 특별 편성 프로그램에 올라온 것을 보고 다시 보았던 기억을 흐릿하게 가지고 있다.


영화에서 미술관은 춘희의 차분하고 이성적인 면을, 동물원은 철수의 혼란스럽고 본능적인 감정을 대변한다. 이 두 개의 다른 배경을 오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통해서 주인공인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고 이를 보며 우리는 대리만족한다. 소소한 순간이 모여서 사랑이 되는 과정을 보면서 편안하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화려하고 대단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대학시절 그리고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어쩌면 지금도 소소한 것을 꿈꾸기 도다는 멋지고 팬시한 것을 쫓아 방황했다. 서로서로 뽐내거나 질투하기 바빴고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잘 보일 것인가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을 눈을 반쯤 감은 채로 비난하고 동조했다.


최근 넷플릭스에는 과거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 혹은 배우가 출연한 영화를 파노라마처럼 신작 혹은 추천작으로 꼽고 있다. 2020년대에 이르러 다시 본 미술관 옆 동물원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현재성을 담고 있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미술관과 동물원은 MBTI로 본다면 N과 S 혹은 F와 T로 구분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색깔 비슷해 보여도 패턴이 다르고 패턴이 비슷해 보여도 씨실과 날실이 한올이라도 다르면 결국 다르듯 묘연하게 맞고 다른 연인 그리고 인연의 모습이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아웅다웅, 티격태격을 요즘말로 바꾸면 티키타카 아닐까 싶다.


'티키타카 = 잘 맞는다'가 아닌 '티키타카 = 서로 맞추려고 노력한다'의 시선으로 관계를 바라보는 나는 서로서로 균형미를 맞춰서 이루어지는 '티키타카'가 아니라면, 결국 한쪽이 모든 걸 희생하고 포기해버리고 마는 마음에 기저한 행동의 슬픈 결말이라고 본다.


서로 배려하고 소통하며 합의점을 찾으며 둘만의 결을 만들어나가는 것일 텐데 자신의 세계를 무너뜨릴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채, 각자의 세계로 들어오라고만 손짓하며 다가가지 않는 모습이 어쩌면 지금과도 꼭 같을까. 스스로를 결국 가두어버리는 결말이 전에 보았을 때 보다 답답하고도 찬란하게 슬퍼 보이는 건 왜일까.


금성 출신 춘희처럼 미술관을 다니며 동물원을 헤맸던 파동이 지금은 잔잔한 물비늘이 된 지금 다시 그 파동을 찾고 싶은 지금 이제 곧 역사 속 한 장면으로 사라질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서 기억을 꺼내보면 균형을 되찾을 답이 나올까.


이 영화와 함께 참 많이도 회자됐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있다. 짝사랑에 속병을 앓던 나의 어린 시절을 달래주던 책, 독후감 숙제한 노트도 함께 찾아봐야겠다.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06화Fall in Love with the F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