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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 몽상가

[log9. 수면의 과학] 공드리로 살아보기

by 쿤스트캄

내가 사랑하는 최고의 디렉터 중 한 분 바로 미셸 공드리다. 햇수로 20년 전 <수면의 과학>을 보고 난 이후 그의 마력에 못 이겨 영화의 세계에 다다랐고 마침내 세상이 수직으로도 수평으로도 어마어마한 우주공간 같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보고 듣고 쓰고 담는 걸 더 사랑하게 되었고 조금은 잘하게 되었으며 소진되어 있을 줄 알았던 상상과 창작의 가능성도 원동력도 여전한 상태에 이르렀다. 타자를 두드리는 이 순간이 유니콘을 타고 무릉도원에 가는 기분일 때도 있다. 동경하지만 미뤄온 시간을 다시 사모하게 되었고 뭐 하나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평온함을 잃지 않고 균형감각 있게 시간을 나게 되었다.


영화 주인공은 스테판과 스테파니다. 남주 스테판은 자각몽 판타지에 심취해 있다. 꿈으로 연결된 운명을 믿으며 현실감각을 잃은 채로 밤낮없이 모든 시간을 사랑하다가 결국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 채 스테파니와의 함께하는 시간을 놓치고 만다.


꿈을 중계하는 기계와 1초 타임머신으로 어이없는 풉코드(웃음코드)에 꽂힌 채 '온전히 사랑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그대로 인정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스테파니의 모습을 통해 다시 일러준다.


영상 속 모든 장면이 노집적 예술활동의 일환인 것도 대단하지만 평범한 이야기를 이토록 낭만적이고 몽상적으로 웃음과 함께 풀 수 있는 그의 영화는 지금 봐도 여전히 현재적이다. 이 글을 소화한 분 중 유사한 영화가 있다면 추천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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