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주로 집, 자동차, 의류 등과 같은 물품 공유에 대해 이야기해 왔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꼭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이어야만 할까? 사람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재능도 공유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식공유의 시작점과 끝은 어디일지 살펴보았다.
1. 지식공유의 출발점 : 도서관
인류는 활자를 만들고 책을 만들어 지식을 남겨 왔다. 현재의 도서관과 비슷한 도서관은 기원전 3세기경에 만들어진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라고 한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포함하여 그 시대의 중요한 문서들을 보관하였고, 책이 귀하던 시절에 책을 사지 않고도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공유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요즘의 도서관들은 과거의 도서관들보다 진일보하고 있다. 종이책뿐만 아니라 전자책, 오디오북, 비디오와 같은 온라인 콘텐츠들을 전자도서관이라는 이름하에 누구나 쉽게 접속하여 이용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전자도서관
자칭 책벌레인 나로서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듯이 주변의 도서관을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 시간 나는 데로 틈틈이 도서관을 간다. 특정한 분야의 책을 보는 것도 아니다. 거의 모든 종류의 책을 본다. 도서관은 일단 모든 책을 공짜로 볼 수 있고, 보통 1~2주 이내에 책을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빌린 책을 기간 안에 열심히 읽게 된다.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것도 좋지만, 금전적 부담이 되고, 또 집에 한번 보고 더 이상 보지 않는 책들이 계속 늘어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주변에 책만 보면 두통이 온다는 분들도 많지만, 스마트폰 세상에만 빠져 있지 말고, 도서관에서 책이 주는 즐거움과 유용함에 빠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동안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강연을 즐겨 들은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들었는데, 나중에는 영어가 아니라 그 내용에 집중하게 되었다. 18분 이내라는 제한된 짧은 시간 안에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전파할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말 세상은 넓고 들어 볼 가치가 있는 이야기는 많았다. 단점은 TED 강연에 새로운 지식이나 가치에 대한 좋은 이야기들이 많지만, 아무래도 외국 사람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바로 와닿지 않는 이야기들도 많다.
내 경우엔 가끔씩 강연을 한다. 직접 청중들을 보면서 강연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얼마 전에는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강의도 했다. 일상생활 속의 공유경제라고 실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유경제 사례들을 통해서 공유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강연이었다. 그런데 하면서 온라인 강의의 장점을 깨달았다. 오프라인 강의는 현장감이 좋기는 하지만, 그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인원이 제한적이다. 온라인 강의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보고 들을 수 있다. 강연과 같은 지식공유를 통해서 새로운 생각이나 가치 있는 생각들을 널리 알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옛날에 집 식탁의자 4개를 DIY 상품으로 받아서 조립해 본 적이 있었다. 식탁의자가 낡아서 부서지는 것 같아서 인터넷으로 새 상품을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저렴했다. 그런데 조건이 DIY(do-it-yourself)라고 반조립 상태로 배송받아서 내가 직접 조립하는 거였다. 의자 조립이 설명서 보면서 나사 몇 개 박는 정도로 간단하다고 되어 있길래 쉽게 생각하고 주문했다. 그런데 막상 큰 박스에 배달되어 온 의자 조립 부품들을 보니까 생각만큼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 나사 방향을 잘 못 끼우는 바람에 조립한 의자를 다시 풀기도 하면서, 혼자서 손가락 마디 크기의 작은 기역자 렌치 하나를 공구로 들고서 2시간을 악전고투하면서 4개의 식탁 의자를 조립했다.
그런데 식탁 의자를 조립하면서 보니까 첫 번째 의자를 조립할 때는 방법을 몰라 1시간 넘게 걸렸는데, 마지막 네 번째 의자를 조립할 때는 15분 정도로 쉽게 끝났다. 여러 번 해 보고 전동드릴과 같은 공구도 있다면 의자 하나 조립하는데 5분도 안 걸릴 것 같았다.
손이 후들거릴 정도로 무식하게 손가락으로 나사를 비틀면서 의자 4개를 조립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역시 장비발이구나.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평소에 전동공구 쓸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다. 식탁의자 4개를 조립하는 일은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아마 몇 년에 한 번도 쓸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결론은 내가 건담 프라모델을 조립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부류도 아니고, DIY 같은 것은 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맡기자였다. 식탁의자 조립을 예로 들었지만 사실 살면서 전문가가 필요한 영역은 무수히 많다. 에어컨이나 세탁기 분해 청소와 같이 누구나 다 인정하는 전문가가 필요한 영역도 있고, 셀프 페인팅 같이 내가 직접 할 수는 있지만 효율이 떨어지는 영역도 있다.
숨고라는 사이트가 있다. 숨은 고수라는 뜻인데 인테리어부터 과외, 사진 촬영, 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사이트이다. 살다 보면 나에게는 평생에 한 번이나 일 년에 몇 번 안 일어나는 일이어서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직접 배워서 하기에는 효율이 안 나는 일들이 있다. 이때 전문가를 신청하면 빠른 시간 안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의 솜씨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과 장비를 갖추어야만 되는 일이다. 모든 것을 내가 DIY로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만 집중해 보자. 내가 가진 지식과 재능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해서 돈을 벌고, 내가 익숙하지 않은 분야는 다른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일의 효율과 완성도를 높여 보자.
사실 지식이나 재능 공유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나에게는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처음 해 보아 헤매는 사람들을 돕는 것은 상당히 뿌듯한 일이다. 내가 가진 지식이나 재능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세상은 혼자 살 수 없다. 지식공유는 끝이 없고 나누면 나눌수록 그 혜택은 무한히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