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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원 Jul 11. 2021

소유에서 공유로 : 경험 부자가 되자

지금까지 일상생활 속의 공유경제라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공유경제 사례들을 소개해 왔다. 당근마켓부터 시작해서, 공유킥보드, 공유자전거, 빨래방, 오디오북,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미니멀리스트 되기, 한달살기 숙소, 지식공유까지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해 왔다. 그런데 공유경제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사물이 아니라, 삶을 관통하는 인생철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1. 무소유의 철학


살면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많이 느끼는 편이다. 전공은 환경인데 일회용품도 많이 쓰고 있다. 우리 집에서 나온 쓰레기의 양과 종류에 분리수거장에서 스스로 한심스러울 때가 많다. 환경전공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회의적 환경주의자가 점점 돼가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IT 회사도 십 년 넘게 다녔고, 회사 다니면서 신사업 기획도 했지만, 요즘은 기술 발전이 워낙 빨라져 무엇의 약자인지 약어도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소유보다 편한 공유의 시대가 온다고, 공유경제에 대해 10년 가까이 연구하고 있지만 완전한 무소유 하고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


공수래공수거라는 말이 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의미이다. 인생의 무상을 나타내는 말로 태어날 때 빈손으로 온 것처럼 죽을 때도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 길어야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인생에 무언가를 소유한다고 욕심을 부려 보았자 끝에는 허망만 남는 것 같다. 아무리 부유한 사람이라도 죽을 때는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 그래서 삶에는 철학이 중요한 것 같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에 대해 글을 쓰셨지만, 나와 같은 보통사람은 극한에 가까운 무소유를 실천하기는 어렵다. 다만 다 실천하지는 못하지만, 무소유의 철학을 삶의 지향점으로 삼아 점진적으로 나아갈 수는 있다.


2. 삶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이 악착같이 힘들게 돈을 모아서 정원이 딸린 좋은 집을 샀다. 어느 날 중요한 서류를 놔두고 와서 서류를 가지러 낮에 집에 갔다. 그런데 집에 가보니 정원사와 가정부가 아름다운 꽃나무 그늘 테이블에 앉아서 최고급 찻잔에 향기로운 차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집주인은 돈 버느라 바빠서 집에 있을 시간도 없었는데, 막상 나그네가 집이 주는 즐거움을 향유하고 있더라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당나라의 시인 이태백은 '천지는 만물이 쉬어가는 여관이고, 시간이라는 것은 긴 세월을 잠시 지나가는 나그네다'라고 시를 지었다. 이태백은 덧없는 인생은 꿈과 같으니 술 먹고 놀자라고 하였다. 한 번 사는 인생을 허무하다고 술 취해 비틀거리면서 놀기만 하면 더 허망하지 않을까?  어차피 백 년도 못 사는 인생에서 죽기 전에 다양한 경험을 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 경험 부자가 되자


얼마전에 여행 강의를 2시간 정도 들었다. 전 세계를 여행한 여행작가가 한 이야기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유명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여행 철학이었다. 여행을 하는 데는 돈, 시간, 건강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라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비행기에 바로 실을 수 있는 작은 캐리어 하나로도 전 세계 어디든 여행 갈 수 있다. 사실 여행 가는데 큰 가방을 가지고 가면 그 짐이 나의 족쇄가 된다. 다 필요할 것 같아 이것저것 넣다 보면 배낭의 무게는 점점 커지고,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그 짐의 무게가 나의 어깨를 짓누른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하다 보면 내가 챙겨 온 것들이 다 필요하지는 않다. 어떤 소유물들은 여행 내내 한 번도 사용 안 하고 그대로 가져오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현지에서 바로 조달이 가능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빌려 쓸 수 있는 것들도 많다.


삶도 마찬가지이다. 꼭 필요한 것 같아서 집도 사고, 자동차도 사고, 옷도 사고, 수많은 다양한 물건들을 사서 소유한다. 그런데 막상 사용 실태조사를 해 보면 내가 소유한 물건들의 10%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않을 수 있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을 사지만, 막상 그 집 사는데 들어간 빌린 돈을 갚느라고 정신없이 일하느라고 집이 주는 편안한 즐거움은 누리지도 못할 수 있다. 수천만 원을 들여 산 자동차는 하루에 1시간도 타는 일이 없어 하루 종일 주차장에 서 있을 수 있다. 온오프라인으로 계속해서 옷을 사들이지만 막상 입을 만한 옷은 없고, 옷장은 터지려고 한다. 나를 포함해 우리 주변 누구에게나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들이다.


그렇지만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의 본성에는 소유욕이 있다.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는 자기만의 것을 가지고 싶은 소유욕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본능만이 아니라 이성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소유보다 공유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환경적이고, 심지어 요즘은 편리하기까지 한다. 자전거만 예를 들어 보아도 내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버스나 지하철 탈 때는 짐만 된다. 공유자전거를 빌려 타면 다른 교통수단이랑 연계하기도 좋다.



삶이라는 장거리 여행을 떠난다고 하자. 내 집, 내차만 고집하지 않으면 전 세계 어디서나 내가 머물기 편한 숙소에 머무를 수 있고, 그때그때 내 용도에 적합한 차, 자전거, 킥보드와 같은 공유 교통수단들을 빌려 탈 수 있다. 옷도 빨래방을 이용하면 옷 몇 벌 없어도 얼마든지 깨끗하게 여행할 수 있다.


집, 자동차, 옷 등 물건을 많이 가지면 좋을 것 같지만, 사실은 괴로움도 많이 따른다. 일단 이런 물건들을 사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하고, 소유하고 나면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내가 아니라 사물들이 주인이 되어 나의 시간과 공간을 차지한다. 죽을 때 후회하는 것들을 보면 더 많은 것들을 소유하지 못해서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이랑 행복한 경험들을 많이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한다.


어깨에 짊어진 소유라는 큰 짐을 버리고 발걸음도 가볍게 세상의 다양함을 누리는 경험 부자가 되어 보자.


글 : 이계원(공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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