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새니얼 호손 단편선

by 이계원

도서명 : 너새니얼 호손 단편선

작가/역자 : 너새니얼 호손/천승걸 옮김

출판사 : 민음사

평점: ***


독서 소감

- 중학교 다닐 때 주홍글씨라는 널리 알려진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다. 어릴 때라서 그런지 내용이 좀 많이 어둡고 무섭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같은 저자인 너새니얼 호손이 지은 단편선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총 12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전반적인 느낌이 숨 막히게 억압적인 청교도적 종교 분위기와 인간의 광기가 결합된 주홍글씨의 분위기와 비슷했다.


수록된 단편소설 중에서 두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로저 맬빈의 매장

-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한 두 사람이 있었다. 부상이 심한 나이 많은 로저 맬빈은 같이 있던 젊은이인 로이벤이라도 살리려고 자신을 숲에 남겨두고 떠나라고 한다. 로이벤은 처음에는 주저하지만, 로저 맬빈이 자신의 딸과 결혼하고 나중에 이곳에 돌아와서 자신의 시체를 묻어 달라고 마음의 부담을 덜어 주자 살기 위해 떠난다. 로이벤은 처음에는 꼭 돌아올 생각이었지만, 로저 맬빈의 딸을 만났을 때 차마 죽어가던 그녀의 아버지를 혼자 놔두고 왔다는 이야기를 못해 잘 매장해 드렸다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로저 맬빈의 딸과 결혼하여 아들을 낳고 살아가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본인의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이 계속 남아 우울하고 불행한 사람이 된다.


결국 기존 사회에 적응을 못하고 새로운 땅을 찾아 아내와 아들과 함께 길을 떠난다. 가는 중간에 로저 맬빈을 혼자 놔두고 갔던 바위 근처를 지나가게 된다. 그때 옆 덤불에 소리가 들려 동물이 지나가는 줄 알고 총을 쏘았는데 그 총에 아들이 죽는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비극처럼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운명의 무서움을 짧은 단편에서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글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운명보다는 젊은 로이벤의 거짓말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 로이벤이 로저 맬빈의 딸을 만났을 때 거짓말을 하지 않고 힘들더라도 사실 그대로를 말하였다면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았을 것이고, 삶도 달라졌을 것이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한번 꼬인 인생은 되돌리기 힘들어진다.


2. 웨이크필드

- 이 단편소설에서는 상당히 이상한 남자가 나온다. 웨이크필드라는 남자가 어느 날 집을 나가서 아내가 사는 집 근처에서 20년간 숨어 살다가 어느 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집으로 다시 돌아와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소설 초반에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라고 쓰여 있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정상적인 사고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웨이크필드는 며칠 출장 간다고 집을 나서서, 자기 집을 멀쩡히 놔두고 집 근처에 조그마한 숙소를 하나 얻어서 20년간 몰래 아내와 가족을 관찰하면서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만드는 이상한 사람이다. 그런데, 소설을 읽는 내내 집을 나가 그렇게 사는 이 남자가 정말 이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에게는 누구나 실행에 옮기지는 않지만, 현실에서 벗어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삶에서 탈출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나 없이 다른 가족들은 어떻게 사는지 관찰하고 싶다는 생각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싶다는 몽상은 몽상으로 그치고, 힘들지만 자신의 집과 자신의 의무를 지킨다. 살다 보면 매일매일 반복되는 삶이 지겹더라도 변덕 부리지 않고 일상을 유지하는 것도 큰 미덕이라는 생각이 든다.


밑줄 친 문장

혼란스러워 보이는 알 수 없는 세상 속에서도 개개인은 어떤 체계에 아주 잘 적응하고 또 각각의 체계들은 서로서로, 그리고 전체의 체계에 아주 잘 적응을 해서, 한순간이라도 거기서 벗어나면 인간은 자신의 자리를 영원히 잃는 끔찍한 위험에 스스로를 노출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웨이크필드처럼 우주의 방랑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같이 읽으면 좋은 작품

- 주홍글씨, 나다니엘 호손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75326


책을 읽고 생각난 질문

- 인간의 죄의식은 타고나는 것인가?

- 인간을 억압하는 것에는 종교나 사회체제 말고도 무엇이 있을까?

- 인간은 본인이 사는 시대 분위기나 사상을 벗어나기는 어려운가?


나의 한 줄 추천사

-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생각이나 관습들이 다른 사회나 다른 시대에는 전혀 당연하지도 않고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데 도움이 되는 소설 모음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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