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에 읽었을 때는 참 좋아 보였는데, 나중에 읽어 보면 별로인 책들이 있다. 마르케스가 쓴 백년의 고독도 나에게 그런 느낌을 준 책이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처음 읽었을 때는 책 내용이 대단해 보였고, 어떤 에피소드는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단편적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기억 속에 모호하지만 대단한 내용으로 남아 있던 책을 수십 년 만에 다시 읽어 보니까, 옛날에 내가 읽었던 그 책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남미 문학의 마술적 리얼리즘을 구현하고, 노벨문학상도 받았다고 하지만, 책의 내용은 요즘 관점에서 보면 성폭력을 넘어서 인륜에 반하는 내용들로 점철돼 있었다.
주인공들은 사촌 간에 근친상간으로 돼지 꼬리가 달린 아이가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에 따라 고향을 떠나 먼 타향에 마꼰도라는 고립된 도시를 만든다. 그 도시에서 이름이 비슷비슷한 후손들을 계속 낳으면서, 파란만장한 인생사와 전쟁 등을 경험하며 백 년 동안 살아 나간다는 이야기이다.
백년의 고독 : 부엔디아 집안의 가계도
백년의 고독이란 책 제목은 상당히 중의적인 것 같다. 한 가문의 백 년 동안의 이야기라는 의미도 있지만, 개별적인 인간이 가지는 실존적 고독이라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신화 속 주인공처럼 현실적이지 않은 마술 같은 삶들을 살아가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다 고독하다.
이 책은 남미 문학의 특징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마르케스라는 작가의 남미 역사에 대한 해석과 상상력에 기반해서 만들어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환상적이라는 느낌도 일부 들기는 했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책은 아니었다.
밑줄 친 문장
"무얼 바랐었니?" 우르슬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세월이란 흐르게 마련이다" "그래요" 아우렐리아노가 수긍했다. "하지만 그리 빨리 흐르진 않죠"
내가 걱정하는 건 말이야, 자네가 군인들을 너무나도 미워하고, 그들과 전투를 너무 많이 하고, 그들에 대한 생각을 너무 깊이 했기 때문에 결국 자네도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는 것일세. 그토록 비참한 경우를 겪으면서까지 추구할 만큼 고귀한 이상은 이 세상에 없는 법이네.
책을 읽고 생각난 질문
- 인간은 기본적으로 고독한 존재인가?
- 삶이 마술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을까?
- 타인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반대로 이해받지도 못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닐까?
같이 보면 좋은 미술관
- 작가의 고국인 콜롬비아 보고타의 보테로 미술관의 그림도 같이 보면 남미의 특징을 이해하는데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