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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쌤 Oct 09. 2022

흙수저 정도전과 작은 아씨들 푸른 난초

feat. 드라마 작은아씨들

조선 개국 공신이자, 한양 도성 디자이너 정도전은 흙수저였다.


이성계의 전폭적 신임으로 막강한 전권을 지녔던 그였지만 그에게는 털어내고 싶었던 그림자가 있었다. 이성계를 만나 인생 역전을 노리기 전까지는 고려 말 경상도 봉화군 지방의 향리 집안 출신에 외조모는 노비 출신이라는 점이 늘 따라다녔다는 점이다.

하지만 불의를 참지 않고 늘 정의로웠으며, 타락한 고려를 개혁하고 싶었던 꿈 많던 젊은이었다.  당시 최고 세력가 이인임의 정책에 반대한 한 이유로 유배되거나 복직조차 되지 않았다. 포기하지않고 삼봉재(三峰齋)를 세워 후학을 양성하고자 하였으나 강제로 헐리는 등 그의 도전은 늘 실패였다.


이미지 출처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그렇다. 그는 능력은 있었지만 흙수저였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 나오는 푸른 난초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우선은 올라갈 수 있는 힘이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성계와 손을 잡아야 했다. 물론 이성계 역시 기회가 필요했던 나름 흙수저 아닌 흙수저였지만 두 사람은 자신의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했을 것이다.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아 쾌락을 얻고자 했던 파우스트처럼 정도전에게도 자신의 영혼과 바꿨을지도 모를 권력의 맛은 꽤 달았을 것이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난초를 받거나 난초를 받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처럼 누구보다 충성심이 강하고 언제든지 목숨을 내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드라마와 실록을 읽는 동안 '이 세상 흙수저들에게 진정한 기회라는 것은 없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저 높은 곳에서 세상을 맘대로 가지고 노는 인물들을 향해 한동안 눈을 흘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그렇구나, 그런 것이었구나' 라며 인정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더욱 최악은 이것이다.

정해진 바대로 행하지 않으면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정도전은 결국 '신권'을 키우려다 1차 왕자의 난으로 이방원의 손에 죽지않았는가! 심지어 <실록> 속에서는 비굴하게 빌다가 죽었다. 이성계, 이방원만큼 조선 개국 편에 엄청난 지분이 있었건만 그는 딱 거기까지가 역할이었던 것 같다. 파우스트를 구원해주었던 신도 없었고, 그 어떤 반전 시나리오도 없었다.




<역사라면> 2기 실록 스터디 덕분에 정도전을 다시 만났고 마침 애청 중인 드라마 <작은 아씨들>이 겹쳐졌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밑바닥이라고 콕 집어 지정해주는 사람들의 슬픈 과거와 일렁이는 욕망의 눈빛에 정도전이 생각이 났고, 나도 모르게 난초향이 실록 여기저기에서 풍겨왔다. 역사 역시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아닌가? 아등바등거려봤자 결과 역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인생을 드라마처럼 지켜보면서 배우게 되는 것들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하나하나 도전하면서 살고 있고, 가끔은 기적이 일어나 파우스트처럼 구원받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이성계와 같이 500년 종사를 만들어갈 수 있으려면 일단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나는 영혼까지 팔고 싶지는 않다. 속도는 더디더라도 난초는 받지 않겠다............................. 고 생각하지만......


에잇, 모르겠다.

여하튼 흙수저 내 인생은 금수저 마법이건 푸른 난초 건 유혹이 오면 쉬이 떨쳐버리기는 힘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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