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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린에게 14화

아싸로 주말을 보내는 방법

by 곽기린

혼자 있는 건 좋지만 외로운 건 싫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혼자 있고 싶어 일부러 짬을 낸 하루지만, 이런 주말 집에 있기는 또 외로운 탓에 밖에 나와 글을 씁니다.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지금 더욱더 소중해진 주말이지만, 온전히 나를 위해 이 시간을 쓴 적이 있나 싶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건 좋으나 사람을 만나는 게 피곤한 저로서는 약속을 거절할 용기도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어떨 땐 즐거움으로 또 어떨 땐 피곤함으로 주말의 캘린더를 채워나가왔습니다.


그런 날이 지속되다 보니 이제는 주말 캘린더의 빈칸이 어색해 보입니다.
집에서 혼자 보내는 아싸로 살아가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걸까요?




캘린더의 빈칸을 채우기 위해 이리저리 약속을 잡아보려 노력하다 문뜩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혼자 온전히 주말을 보냈던 때가 언제였지?


그러고 결심했죠. 아싸로 주말을 보내보기로요.


시작은 쉬웠습니다. 평일 동안 못 잤던 잠 다 몰아자기.

두 번째 느지막이 일어나 늦은 점심을 먹으며 멍 때리기.

충분히 멍을 때려다 싶었을 때 혼자 카페에 나와 사람 구경하며 글쓰기

마지막 저녁엔 조깅과 함께 잡념 없애기!


조깅을 하고 지친 몸을 공원 벤치에 뉘어 선선한 밤바람을 맞고 있으면 문뜩 이런 생각이 듭니다.


조용하다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다 보면 항상 시끄러운 장소에 있기 마련입니다.

시끄러운 술집, 카페 같은 장소들이요.


그런 장소들에서 서로서로 목청을 높이며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지금 이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또 나는 무엇을 위해 이런 시끄러운 공간 속에서 똑같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제 마음속은 잡념들로 그 시끄러운 주변보다 시끄러워집니다.




아싸로 주말을 보내는 방법을 계획하고 실천하다 보니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 이것은 아싸로 주말을 보내는 방법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쏟는 방법이었다는


주말에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뒤쳐지는 느낌을 받았고,

누군가의 약속에 응하지 않으면 나만 떨어진 기분이 들었기에


어떨 때는 나 자신을 혹사시켜가며 무리한 주말을 보내고 있었던 지금까지 본래 아싸였던 나에게 인싸라는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불편함이라는 감정을 지속해왔었다는 걸요.



이제 저는 알았습니다.


아싸로 주말을 보내는 방법을 아니, 나 자신에 온전히 시간을 쏟는 방법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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