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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질 법한 고민거리.

산울림 - 왜 난 고민이 없나 (1984)

by 좋은음악수집가

혼자 운동할 때가 간혹 있다. 같이하는 운동을 선호하지만 상대방과 루틴이 맞지 않으면 따로 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나는 나만의 길을 걸을 때가 많아졌다. 그렇지만 큰 틀은 여태껏 바뀌지 않았다. 누군가가 나와 함께 운동을 한 번이라도 하면 다음부터는 나와 함께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운동으로 누굴 죽인 적이 없는데 겪은 사람들마다 다음번에 부대에서 만나면 앓는 소리들을 해낸다.


근데 나라고 처음부터 강도를 세게 했겠냐... 연천에서 그렇게 만들어졌는걸... 새벽에 나오라고 한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나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 나왔을 때 나는 어떻게든 새벽을 지켰고 다른 부대 사람들과 새벽 운동에 함께 한 것뿐, 그냥 꾸준히 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날이 더워서 운동해야 할 새벽에 출근을 한다는 것은 아주 괴로운 일이다. 나에게 새벽은 방해받지 않는 유일하고도 오롯이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인데 퇴근을 일찍 한다 한들 새벽이 더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출근은 누구보다도 잘 지키는데 퇴근은 왜 이리 어려운지... 출근을 늦게 하면 왜 늦었냐고 추궁을 하는데 퇴근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실로 경악할만한 시대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퇴근시간이 모두 제각각이다. 퇴근을 늘 빨리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는 늘 늦다. 나도 칼퇴근을 해본 기억이 아마도 직책이 바뀌기 전이었던 것 같다.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머릿속의 계산기를 계속 두드려본다. 내가 운동을 몇 시간이나 할 수 있을까?



사실 괴로울 것들과 소소하게 발견하는 기쁨과 필요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과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 분명히 오늘 하루는 힘이 든다 한들 나는 쓰러지지 않겠다는 신념 등 모든 것이 하루에 이루어진다. 문득 생각했던 것 중에 '내가 어쩌다가 쓰러지면 어떡하지'였는데 내가 쓰러지는 순간 병원신세를 지고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보다 운동을 저렇게 많이 하는데 쓰러지는 걸로 봐서는 '속 빈 강정이 분명할 것이다.'라는 무서운 상상으로 끝나버렸다. 그래... 나는 함부로 쓰러질 수도 없는 신세가 되었다. 결국은 잘 버텨내기로 했다.(젠장)


어찌 되었든 하루를 살고 일주일을 살아내고 한 달을 살면서 1년을 보내면서 느끼는 것은 매년 새로운 이벤트는 언제나 열려있고 그것이 좋든 싫든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 현실이고 어떻게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잘 잡도록 노력하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한다. 꼭 군인이라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각각의 에피소드가 있듯 결국 어떻게 내가 삶에 쓰이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하니까.



산울림 10집은 김창완의 독집이라 봐야 무방할 정도로 형제들이 참여도가 매우 낮다.

산울림은 정규음반만 총 13장인데 그중에서 10집은 완성도가 매우 높은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산울림의 맏형 김창완은 이 시기에 형제들이 아닌 프로 연주인들과 함께 10집을 제작하였으며 이때 드럼을 맡은 강윤기와 함께 현재도 김창완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담으로 드러머 강윤기의 아들은 래퍼 피타입이다.)


산울림 10집의 백미는 누가 뭐라 해도 <너의 의미> 일 것이다. 세대를 넘어 많은 사랑을 받았고 델리스파이스의 김민규, 아이유 등이 리메이크를 하여 더욱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곡은 산울림 10집의 A면 6번트랙 이성재 작사, 김창완 작곡의 <왜 난 고민이 없나> 다. 이 곡을 포함하여 산울림 10집의 대부분의 곡은 1983년 대학가요제 동상을 수상한 록밴드 '어금니와 송곳니들'의 데뷔음반에 먼저 수록되었다.


음반의 표지는 1980년에 발매한 Tigers of Pantang의 표지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어금니와 송곳니들 음반에 수록된 곡들의 반주는 대부분 산울림 10집에 수록된 곡들과 같으며 이 곡 역시 동일한 반주에 목소리만 다르다. 그리고 어금니와 송곳니들의 보컬은 노사연의 남편 이무송이다.


큰 반응을 일으킨 음반이라기엔 산울림의 10집은 전작 9집과 비슷한 실험적인 색채가 짙은 음반이며 이 곡도 김창완 식의 실험작이라 할만한 곡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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