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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음악수집가 Apr 09. 2022

항상 시작은 순수한 마음으로
(오키나와 악기 산신 편)

반쪽짜리 음악인이 아닌 반의 반의 반쪽 뮤지션의 삶의 이야기

 "내년엔 갈 거야~ 오키나와~~~ 내년에는 갈 거야~ 오키나으아~~"


 2019년 여름, 일본 도쿄를 4박 5일간 다녀온 나는 벌써부터 다음 여행지를 알아보고 있었다.

인생 처음으로 다녀온 해외여행, 일본의 이미지는 생각처럼 너무 완벽했고 일본에서 구입 한 다량의 음반들을 보면서 흐뭇하기도 잠시, 2020년이 오고 해외여행을 어디로 가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을 했었다.


 '텍사스 블루스의 미국 텍사스?, 비틀스와 퀸... 롤링스톤스의 나라 영국? 아니면 일본을 한번 더 가볼까? 숨겨진 레코드샵이 분명히 많을 거야...!'


 여행을 다녀온 후, 주변 사람들에게 멀리는 못 간다면 꼭 '일본 여행'을 추천하고 다닐 정도로 흔히 말하는 '뽕'에 제대로 취해있었다. (그 당시에 일본과 우리나라의 사이가 좋지 않았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지금도 다름없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일본 음악에 제대로 빠지게 된 계기가 <마츠다 세이코! 그 늪에 빠지다.> 편에서도 조금 적어 놓았겠지만 언어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세련된 멜로디 라인과 녹음된 음반의 퀄리티가 상당하였기에 듣는 내내 감탄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였으며 '새로운 아티스트의 음악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였다.


 2019년 겨울, 음악적으로 교류하면서 배울 점이 참 많은, 닉네임 '푸른비'님을 홍대에 위치한 '피터판'에서 만났다. 서로 어떤 음악 취향을 나누는지 어떤 아티스트의 음악이 훌륭한지에 이런저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가 음반 하나를 집어 들었고 그가 말했다.


 "이 음반 정말 명반이에요. 근데 아픔이 있는 음악이에요."


 알쏭달쏭했다. 분명 명반이라 함은 시대에 걸맞기도 하고 어쩌면 시대를 관통하기도 하며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음악들이 담긴 음반을 두고 명반이라 할 텐데... 과연 어떤 곡에서 사연과 아픔이 있었을까?


"사장님 이거 한번 틀어주실 수 있으세요?"

"그럼요~"


 아픔을 담고 있는 명반이 턴테이블에 얹어지고 바늘이 A면의 음골을 천천히 긁으며 내려갔다.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연 실황을 담은 음반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고 나와 오키나와 아티스트 키나 쇼키치 & 참푸르즈(喜納昌吉&チャンプルーズ)와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ハイサイ おじさん~ ハイサイ おじさん~"


"오키나와 말로 '하이사이'는 '안녕하세요'라는 뜻이에요. 전부 오키나와 사투리로 부를걸요?"

"바깥에 들리는 악기는 일본 악기인가 봐요?"

"맞아요~ 샤미센인가??? 산신? 산신! 오키나와 악기예요."

"사장님! 이거 얼마예요!?"


 빨간 배경에 야자수 나무와 캐리커쳐화 된 '키나 쇼키치 & 참푸르즈'의 음반을 획득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오키나와의 전통악기 산신을 머릿속에서 잊지 않기 위해 하나하나 천천히 알아보았지만 정보를 찾기가 너무 쉽지 않았다. 지금도 산신에 대해 알아보려면 '나무위키'나 '유튜브'를 통해 검색을 해야 겨우 나오는 정도고 심지어 가르쳐 주는 사람이나 악기에 대해 제대로 도움을 구할 사람조차 찾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악기를 구하기가 제일 어려웠다!




 악기를 구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하지만 나는

의지의 한국인!

일단 부딪쳐 보는 것이다.

정보가 없으면 닥치는 대로 찾아보고 그걸 교훈 삼아서 내가 정보력이 되면 아주 좋은 방법이 아니겠는가! 



일반적인 산신의 모습 몸통 중앙에 잘 보이지 않지만 세 줄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우마'라고 하며 기타의 브릿지 역할을 한다.

 우선 산신(三線)은 3현으로 이루어진 악기다. 남현, 중현, 여현으로 표현하며 남현과 여현은 조율을 같은 음으로 해주고 1옥타브 차이가 난다. (맨 밑의 줄부터 여현-중현-남현 순이며 1-2-3번 줄이다.) 기타와 달리 Fret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벤딩, 비브라토는 구사하기 힘드며 권장하지도 않는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초보자들이 쉽게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위치마다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중국의 전통악기인 싼시엔이 오키나와로 전해져서 산신이 되었고 이것이 또 일본 본토로 전해져서 샤미센이 되었다고 한다.)





 주변의 예술인들과 한국어를 잘하는 일본인 지인에게 "산신을 (우리나라에서) 구하는 방법이 없을까요?"라며 질문을 한동안 했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정말 쉽지 않을 거야", "해외직구를 하면 돼" 등의 대답도 있었지만 "만들면 될 텐데?"라는 대답도 해주셨다.

(한참 후에야 알게 된, 깡통으로 만드는 'カンカラ三線(캉카라산신)' 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심지어 해외직구를 통하여 키트도 판매한다!)



캉카라산신을 연주하는 いんやくりお상. 현재까지도 산신 연주가 겸 가수로 활동 중이다.


 결국 내가 선택한 방법은 해외직구를 하는 것! 사실 그것 말고는 특별한 대안이 없었다. 워낙에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은 악기였으니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다. 


"샤미센(산신과 비슷하게 생긴 일본 본토의 악기)을 사는 게 더 쉬울걸?"

"아니, 꼭 산신이어야 해. 비슷한 악기는 의미 없지"


 굳이 욕심을 부리고 싶었다. 역시나 산신이 아니면 답이 나오지 않았다. 샤미센이나 산신이나 우리나라에서의 인지도는 둘 다 바닥인 건 사실이잖아?

좋아하고 즐겨 읽는 일본 소설 <청춘, 덴데케데케데케~>의 주인공 후지와라 타케요시가 일렉트릭 기타의 소리를 듣고 음악의 계시를 받음을 느끼고 바이올린을 과감히 내려놓는 모습처럼 나도 오키나와 음악과 악기의 계시를 받았듯 꼭 산신을 다뤄보고 싶었다. (물론... 난 기타를 포기한 건 절대 아니다.) 그리고 결국 손에 얻게 되는데...


우여곡절 끝에 바다 건너온 나의 첫 산신. 지금도 잘 만져주고 있다.


 어찌 되었든..! 악기와 배송에 거금을 지불한 '구매대행'이라는 것이 나의 결심에 지대한 공헌을 해주었다. 사실 어떤 악기던 첫 만남은 늘 설레기 마련이다. 정말 심각한 것은 악기를 내 손으로 잡기까지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었다. 그저 키나 쇼키치의 음악을 듣고 구입을 한 것이니 아무것도 모르는 게 당연할 터!


'뚕~ 뚀옹~'

"이야... 이거 뭐 이래? 튜닝이 왜 이리 안 맞아?"


 모든 악기의 기본은 튜닝인데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어찌나 튜닝기의 알림 표시선이 요동을 치는지... 정 중앙을 찾기가 어려웠고 겨우 정중앙에 맞추고 조금씩 소리를 내보기 시작했다. 세줄 밖에 없지만 개방현 소리만으로도 뭔가 다른 나라에 있는 느낌이었고 다른 악기에 비하여 현을 튕기고 나서 재조율을 신경 써주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가야금도 이 부분에서는 사실 만만치 않다.) 그래도 기타를 오래 친 탓에 메커니즘이 어느 정도 비슷한 악기들은 금방금방 적응을 할 수 있음을 몸소 느끼게 되더라. 역시... 어떤 악기든 한 가지를 꾸준히 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치다 보면서 '하이사이 오지상'의 라이브 영상을 보면서 어떻게 쳐야 하는지 감을 익히고 피크(기타 연주할 때 쓰는 보조도구)를 사용하기도 하고 츠메(산신을 연주할 때 쓰는 필수 도구)를 사용해보기도 하면서 '이거 완전 내가 기타를 처음 잡았을 때랑 똑같네'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지금의 내 실력은?

'여전히! 형편없지!'

우치나 팝을 틀어놓고 조금 연주할 정도는 되었지만 그래도 처음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을 했음을 몸소 느낀다.

아직까지는 누구에게 제대로 보여준 적은 없다. 물론 앞으로도 없을 것이고.

언젠가 오키나와를 나와 함께 간다면?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할 테요...! 코로나가 종식되어야 가능한 부분이라 여전히 어려운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좋은음악수집가가 추천하는 산신의 선율이 매력적인 일본 음악 Best 5!

오키나와의 민요를 바탕으로 한 대중음악을 두고 우치나 팝이라 칭하는데 오늘은 우치나 팝의 명곡 5곡을 선정하였다.


喜納昌吉&チャンプルーズ (키나 쇼키치 & 참푸르즈) - 東崎(아가리자키)

 위의 음반과 함께 수록되어 있는 또 다른 명곡! 발랄한 하이사이 오지상과는 반대로 잔잔하고 절절한 키나 쇼키치의 목소리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동쪽에서 뜨는 해를 바라보며 잔잔한 파도와 함께 만든 곡이 아닐까? 일본어도 모르는데 오키나와 방언은 더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이럴 때는 역시 그저 잔잔히 감상하고 나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 그저 도와주는 일이다. 어서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고 오키나와로 여행을 떠나 꼭 아가리자키에 가보고 싶어 진다. 그저 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


BEGIN - 島人ぬ宝 (섬사람의 보물)

 우에치 히토시, 히가 에이쇼, 시마부쿠루 마사루로 이루어진 3인조 오키나와 팝 밴드, BEGIN의 흥겨운 명곡. 오키나와의 분위기는 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게 '오키나와는 딱! 이런 느낌일 것 같아!'라는 뉘앙스를 풍긴 곡이다. BEGIN은 1990년에 데뷔하였고 현재까지도 여전히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팀이다. 특히, 맑고 쾌청한 날씨에 듣기 좋은 이 곡과 그들을 대표할 수 있는 또 다른 명곡 三線の花(산신의 꽃)는 밤의 잔잔한 느낌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만약 오키나와에 발을 딛는 순간 제일 먼저 들어야 할 곡이 아닐까? 물론!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


夏川りみ(나츠카와 리미) - 淚そうそう(눈물이 주룩주룩)

 위에 소개한 BEGIN이 작곡을 맡았으며 이 곡을 통해 나츠카와 리미는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제일 먼저 발표한 사람은 모리야마 료코이며 이 곡의 작사를 맡은 사람이기도 하며 BEGIN이 리메이크를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2001년에 발표한 나츠카와 리미의 버전이 가장 히트를 했다.  

2006년에 개봉한 일본 영화 <눈물이 주룩주룩>이 이 곡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보통은 영화를 보고 음악을 만드는 경우를 많이 보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를 이번에 글을 쓰며 자료를 찾다가 처음 알게 되었다. 



福田八直幸 (후쿠다 야스유키) - 僕の胸でおやすみ (내 품에서 잘 자) 

 아마 유튜브에 제목 그대로 입력하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3인조 포크그룹 '카구야 히메'의 곡이 많이 뜰 수 있다. 사실 국내엔 알려진 가수도 아니며 일본에서의 인지도도 그렇게 높은 가수는 아닌 듯하다. 그래도 자신의 음악에 자신의 정체성인 '오키나와'를 꾸준히 드러내고 있는 아티스트로서 좋은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듯하다. 일반적인 오키나와 특유의 창법이 아닌 대중음악에 걸맞은 중저음의 허스키 보이스가 장점이다. 하지만 오키나와의 민요를 부를 때는 오키나와 특유의 창법도 훌륭한 가수니 앞으로의 음악활동에 조금 더 기대를 가져보게 되는 아티스트!



ネーネーズ(네네즈) - 黄金の花 (황금의 꽃)

 오키나와의 그룹 네네즈가 1994년에 발표한 곡, 네네즈는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오키나와 팝 밴드이며 1990 년에 데뷔하여 결성한 지가 무려 30년이 넘은 팀이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멤버들은 네네즈 6기이며, 이 곡은 네네즈 1기가 발표한 곡이다. 당시 1기 멤버로는 코자 미사코, 요시다 야스코, 히야네 유키노, 미야사토 나미코 이렇게 4명이서 결성하였으며 1996년, 토오마 에리코가 가입하면서 1기의 모습이 완성이 되었다.

현재의 네네즈는 6기로써 지금도 오키나와에서 주기적인 라이브를 하고 있고 유튜브를 통해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역시 오키나와를 방문하게 되는 날이 오면 꼭 보러 가봐야겠다!

이 곡도 좋아하지만 밝고 명랑한 Bye Bye Okinawa도 훌륭하니 같이 들어보는 건 어떨까?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우치나 팝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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