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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음악수집가 Oct 24. 2021

조카! 인생의 중요한 사건!

반쪽짜리 음악인이 아닌 반의 반의 반쪽 뮤지션의 삶의 이야기.

"Life is what happens to you while you're busy making other plans."

"인생이란 네가 부지런히 다른 계획을 세울 때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이란다."


John Lennon(1940-1980)은 자신의 생일에 태어난 둘째 아들 션에게 바치는 곡 'Beautiful Boy (Darling Boy)'에 인상적인 가사를 썼다.


그렇다. 인생은 나 자신이 무언가를 단기적으로 혹은 장기적으로 부지런히 계획을 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생각하고 움직이고 발버둥 치는 것 아닌가. 그러다가 성취하게 되면 큰 기쁨을, 그것을 실패하면 좌절감을 맛보는 것이 인생의 연속인 듯하다.

나에겐 여동생이 한 명 있다. 이 녀석이 성인이 되고 나서는 누구를 만나던 주말에 뭘 하든 간에 오빠로서 큰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어쩌면 정말 당연한 것) 언젠가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여보세요?"

"어~ 아들 잘 지내고 있나?"

"뭐, 별일이야 있겠어요? 무슨 일 있어요?"

"니 동생 결혼한데이"

"가(걔) 남자 친구는 있었어요??"


난 이 정도로 무관심한 오빠였다. 내 삶에 바쁘다는 그럴듯한 핑계도 있었지만 나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멀리 떨어져서 살았고 가족들과 소통을 카카오톡으로 해도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은 공유를 잘하지 않으니까.. 근데 나와 나머지 가족들이 어느 정도로 멀리 살았냐면 나를 놔두고 상견례를 할 정도였으니... (뭐, 보통 동생이 결혼을 정하는 자리에 오빠가 참여하는 것도 이상하긴 하다. 결국 난 동생의 남편과 나는 결혼식 당일날 초면이었다.)

그래도 그 녀석이 결혼을 할 때는 멋지게(?) 차려입고 축가도 약속을 했다.

축가를 하기 위해 그날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를 앞에 두고 사회자가 소개를 해주었는데...


"오늘 축가를 해주실 분은 신부의 친오빠입니다. 오빠분, 하나뿐인 동생이 오늘 결혼하는데 한마디 해주세요."


머릿속이 정말 하얘졌다. 난 노래만 하고 내려오는 거였는데 전혀 준비한 게 없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에 딱 한마디를 던졌다.


"잘 가"


좌중은 웃음바다가 되고 나는 저 한마디만 하고 정말 축가만 한곡 하고 내려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동생하고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니다. 종종 이 에피소드를 말로 풀면 많이들 웃으시는데 글로써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동생은 시간이 지나서 2021년 10월 1일 건강한 딸을 낳았다. 온 집안이 축제 분위기 인건 물론이거니와 나는 매일매일 조카의 사진을 기다리는 삼촌이 되어버렸다.

매일매일 동생이 보내주는 조카의 모습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고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같이 하게 되었다.


하나뿐인 조카에게 노래를 만들었는데 그 노래의 가사를 가져와보자면...


"매일 같이 기다려 너의 소식을

두 눈에 마카롱도 귀여워 볼따구도 귀여워     

세상에 온걸 ‘환영’해 모두가 널 사랑할 거야

세상에 온걸 ‘환영’해 모두가 널 이뻐해 줄 거야"


조카의 사진을 볼 때마다 살포시 감고 있는 눈이 마카롱과 꼭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토실토실한 볼은 정말이지 사랑스러웠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조카의 태명은 '환영이' 였는데 꼭 그걸 가사에 넣고 싶었고 동생이 태명 하나는 기가 막히게 지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사처럼 정말 매일매일 기다리고 있다. 동생은 그 기대에 부응하듯 매일매일 사진을 올려주고 있고 나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또 바꾸고.. 가끔은

"네가 애 낳았냐?'라는 말도 들을 정도로 프로필 사진을 자주 바꾸게 된다. 그만큼 사랑스러운 녀석이니까 내 행동이 그렇게 되는 게 아닐까?


사랑하는 조카 서윤아.

세상에 온걸 정말 환영해.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삼촌이 매일매일 이뻐해 줄 테니 너는 있는 그대로 성장해주려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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