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 리버(Virgin River)라는 영화가 있다. 대도시의 각박한 삶에 지친 한 여성이 대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기로 한 곳에서의 일상을 다루었다. 하지만, 첫날부터 자동차 사고 에다 낭만적인 전원의 삶과는 거리가 먼 곳임을 깨닫게 된다. 그때 술집 주인인 잭이 “Hang in There.”라는 쪽지와 함께 음식을 문 앞에 두고 간다. Hang in there는 잘 버텨라, 잘 견뎌라, 힘내라 정도의 의미로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새로운 수평선을 보기 위해서는 평소 익숙한 물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멀리 헤엄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격언이 있다. 눈에 보이는 수평선은 현실의 한계를 규정하는 곳이다. 하지만 그곳에 도달하면 새로운 수평선을 볼 수 있게 되니 새로운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수평선 너머에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한다. 그 너머엔 뭐가 있을지 모른다. 이런 이유로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최소한의 안락함이 보장되는 물가에 자꾸 미련을 갖게 된다. 하지만 물가는 당장 연명은 할 수 있어도 미래는 없는 곳이다. 익숙함이란 학교 운동장에 그려진 트랙과 같은 것이다. 돌다 보면 금세 제자리에 돌아온다. 마치 반경 50미터짜리 소행성에서 수없이 뜨고 지는 태양을 보면서 맷돌로 콩을 갈고 있는 것과 같다. 이런 생활에 만족할 사람은 없다.
유능한 직원이 떠나지 못하도록 높은 연봉과 특전을 제공하는 것은 황금 수갑(golden handcuffs)이라고 한다. 이런 미끼에 걸려들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예전에 바다에서 배를 타고 다니며 우럭 낚시를 해본 적이 있다. 해안가에는 고기가 없고 선장이 안내해 주는 특별한 곳에만 몰려 있었다. 우럭을 잡고 기쁨에 찬 사진을 볼 때마다 절로 웃음이 난다. 마치 쿠바에서 생활하던 헤밍웨이를 코스프레(costume play) 한 것 같아서. 물가에 머무르면 당장은 안락해도 머지않아 물이 범람해 물가 멀리 떠밀려 가게 되어 있다.
헤밍웨이는 백인 프로테스탄트 부유층이 사는 시카고 교외 오크파크 출신이다. 의사인 아버지와 성악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런 그가 안락한 생활을 뒤로하고 유럽의 전선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박격포에 맞아 두 다리에 부상을 입고 입원하면서 간호사를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전선에서의 실제 경험이 <무기여 잘 있거라> 등 그의 소설에 자양분이 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후에 파리로 건너가서는 거트루드 스타인, 에즈라 파운드, 스콧 피츠제럴드 등 작가로서 그의 진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을 만난다. 특히 거트루드가 헤밍웨이에게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집필에 전념하라는 조언을 한다.
자신의 마음이 말하는 것에만 귀를 기울이고 나머지는 다 내려놓자. 그런 다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보자. 어느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 새로운 곳을 찾았으면 자신의 어느 일부라도 안전한 물가에 두고 떠나서는 안된다. 용기 있게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어야 한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와 같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만두는 사람들이 꽤 있다. 물론 그들 모두가 원하는 걸 성취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야 결국 성공할 뿐만 아니라 최소한 행복에는 도달할 수 있다. 물론 남들이 보기엔 그 과정이 고통스러워 보인다. 실제로는 결행한 사람은 그 과정조차 달콤하다고 느낀다. 물론 대뇌의 작용이다. 시키지 않는데도 스스로 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게 바로 좋아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