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해변이었고, 나는 작은 모래성이었네

엄마가 아프대 ep.1

by 관희
"하늘도 무심하시지
왜 우리 가엾은 엄마를…"


나는 병실 복도 끝 작은 의자에 걸쳐 앉아

간호사의 부름도 듣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나와 세 걸음쯤 가까워졌을 때,
간호사는 다시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담당 주치의가 오셨으니
면담하시면 된다고,

조금 멋쩍게 이야기했다.


나는 슬픈 영화를 너무 많이 봤구나 싶었다.


조용한 주치의 상담실에서
어떤 부위에 무엇이 엄마를 아프게 하는지
조심스럽게 설명해 주실 거라는
기대를 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산만한 복도 한가운데에서
마스크를 반쯤 내린 의사는
면도조차 하지 못한 바쁜 몰골로 나타났다.


별다른 시각 자료도 없이
내게 어머니의 아픔에 대해
일방적으로 주욱 읊었다.


첫째, 환자는 위암이다.

둘째, 그리고 더 문제는 혈액이다.
셋째, 백혈병이 의심된다.


너무 갑작스러운 파도가
엄마의 해변을 덮쳤다.


내가 묵직하게 쌓아 왔다고 믿었던 어른스러운 태도들이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나는 사실 엄마라는 해변의 작은 모래성에 불과했다는걸 그때 처음 알았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바로 골수 검사를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네, 네를 내뱉었다.


내 대답이 빨라지면

엄마의 병도
조금은 더 빨리 치료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keyword
화, 토 연재
이전 01화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