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꽃, 기원에서 인류에 대한 공헌까지

윌리엄 C. 버거, 『꽃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을까?』

by ENA



식물이 육상으로 진출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4억 5천만 년 전쯤으로 여겨지고 있다. 아마도 단 하나의 식물 종에 의한 시도가 성공하면서 육지에 식물들이 살아가게 되었다. 지금의 이끼류에 해당하는 식물의 조상이었을 것이다. 이후로 육상식물의 크기는 커졌고, 복잡해졌다. 이른바 큐티클층이라고 불리는 왁스를 바른 것처럼 미끈미끈한 표면이 발달했으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서 잎 표면에 공기구멍을 만들어냈고, 식물체의 뿌리와 잎을 연결하는 관다발 시스템을 발달시켰다.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식물로 분화, 진화하기 시작했다. 씨앗을 만드는 식물(종자식물)이 나왔고, 그리고 결국 꽃을 피우는 식물, 즉 현화식물이 등장했다.


꽃을 피우는 식물은 대체로 속씨식물이다. 타원형 구조의 씨방에 있고, 그 안에 난세포와 보조세포가 들어 있다. 그러니까 밑씨가 싸여 있다. 이런저런 특징들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 식물들이 보여주는 가장 큰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꽃을 피운다는 점이다. 꽃은 기본적으로 번식 기관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자손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내고 널리 퍼뜨리기 위해 만든 기관인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꽃이 대단히 효율적인 기관이라는 점은 현재 지구상의 모든 식물의 종 수가 30만 종 정도인데, 그중 약 26만 종이 속씨식물, 즉 꽃을 피우는 식물이라는 데서 알 수 있다.


식물이 꽃을 만드는 이유를 번식을 위해서라고 했다. 그 번식을 위해서 꽃은 동물을 유혹한다. 모양이 되었든, 색깔이 되었든, 냄새가 되었든, 혹은 다른 무엇이 되었든 꽃에 있는 꽃가루를 묻혀 다른 꽃으로 가 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꽃의 존재 이유다. 그리고 그렇게 곤충을 비롯한 동물을 유혹하고, 함께 적응해 나가면서 현재의 지구의 모습을 만들었다.


윌리엄 C. 버거는 꽃을 피우는 식물뿐 아니라 다른 식물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꽃이란 어떤 것인지(사실 너무나도 뻔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몇 페이지만 읽어도 알 수 있다), 꽃의 존재 이유(한 마디로 말하면, 앞서 언급한 대로 번식이다), 꽃의 존재 이유를 빛내주는, 즉 식물의 번식을 도와주는 동물들, 그리고 꽃과 식물들의 적에 대한 대응 방법 등에 관한 것들이다. 이것들은 꽃을 피우는 식물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것으로 귀결되는데, 이는 이들 식물이 존재해 온 1억 년 이상의 시간 동안 지구를 얼마나 풍부하고 생산력 있게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 이야기는 영장류와 인간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지구의 생태학적 시스템을 변화시킨 속씨식물, 혹은 현화식물에 의해 영장류가 다양화되었으며, 긴 팔을 가진 유인원이 열대 수림지대의 나뭇잎 지붕을 통해 양팔을 교대로 매달리며 이동할 수 있게 되었으며, 초식동물로 가득한 초원지대로 존재하도록 했으며, 그래서 인류의 조상이 직립하고, 두 손을 자유롭게 되며, 인간의 등장하도록 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후 농경생활에 미친 식물의 역할은 당연하다.


IMG_KakaoTalk_20240104_213416595.jpg


꽃이 그저 예쁘게 정원과 들판을 장식하는 용도가 아니라는 것은 애초에 알고 있었다. 또한 꽃에 관해서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으리라는 것도 짐작했다. 하지만 그것을 읽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이처럼 자세하면서도 친절한 책을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주여행 가이드, 진짜 떠나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