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이 지배하는 인간

데이비드 이글먼,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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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이글먼은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더 브레인』, 『창조하는 뇌』과 같은 베스트셀러로 뇌신경과학의 최신 발견과 이슈를 알리고 있는 뇌과학자다.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는 데이비드 이글먼의 뇌과학 세계가 어떻게 시작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저서다.


그런데 단지 베스트셀러 작가의 첫 작품으로서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10여 년 책이니, 뇌신경과학의 눈부신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이미 구닥다리 얘기가 아닌가 싶지만, 내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중요한 질문은 연구가 고도화되면서도 여전히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데이비드 이글먼이 던지는 질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제목에서 보듯이 ‘무의식’에 관한 것이다. 원제 ‘Incognito’가 ‘익명(으로)’란 의미로 쓰이듯, 의식 뒤에 숨어 있는 듯한 무의식이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묻는다.


결론을 우선 말하면 무의식이 실은 우리의 ‘거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고도의 정신 세계를 가진 존재라고 좌우하지만 사실은 의식이 고삐를 쥐고 있지 않다. 뇌 속의 시스템은 의식이 접근할 수 없거나 아주 느리게 접근할 수 있다. 시각의 예를 들면서, 시각이 반드시 실제 세계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우리는 ‘의식하지 않으면서’ 그럴 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의식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은 의식을 대기업의 CEO에 비유한다. 각종 조직에 목표를 정해주고, 각 부분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아래 조직은 루틴대로 움직일 뿐이다. 바로 그게 무의식이다.


또한 데이비드 이글먼은 생물학적 여건, 즉 뇌중풍, 종양, 마약 등의 요인이 뇌의 작동 방식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여러 예를 통해 보여준다. 이는 잘못, 나아가 범죄에 대한 처벌에 관한 문제 제기에 이른다. 이 부분은 상당히 논란이 있을 수 있게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또 중언부언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뇌신경과학이 그후로도 10여년 동안 괄목상대하게 발전했지만 아직도 이 문제에 대한 방식은 데이비드 이글먼이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것 같다(데이비드 이글먼은 뇌 작동 방식에 문제가 생겨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을 처벌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보복 심리에 기초를 둔 처벌이 아니라 재발 가능성에 중심을 두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뇌신경과학은 그것을 달성할 수 있을 거라는 낙관주의에 기초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뇌신경과학의 발전과 이에 대한 이해는 어떤 긍정적 영향을 가질 수 있을까? 데이비드 이글먼은 인간 행동에 대한 지식이 향상되면서 사회 정책의 향상으로 치환될 수 있다고 본다. 마치 행동경제학, 혹은 넛지를 연상케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게 데이비드 이글먼의 생각인 듯하다. 그리고 철학적 개념들도 보다 선명해질 것이라고 본다. 도덕적 문제에 대한 철학적 문제가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고 보는데, 이에 대해서 철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또한 앞서 얘기했듯이 뇌신경과학의 발달은 사법 시스템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본다.


데이비드 이글먼은 물질주의, 환원주의가 과학 등에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으로 서술하지만, 또 그것만이 전부라고 보지는 않는다. 뇌신경과학이 현실적으로 추구하는 바보다 훨씬 더 먼 곳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먼 곳은 정말 멀다는 것이 문제이면서 도전 의식을 자극한다. 거기에는 의식의 문제뿐만 아니라 무의식의 문제도 함께 놓여 있다. 어쩌면 의식과 무의식은 함께 생각해야 하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당혹스러운 걸작’ 뇌를, 나아가 인간을 이해할 수 없을 듯하다.


저자는 누군가의 말이라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만약 우리 뇌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구조였다면, 우리는 그 구조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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