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누가 봐도 연애소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와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에 이은 이기호 작가의 세 번째 짧은 소설. 이번엔 ‘연애소설’이다. 그러니까 사랑 이야기다. 젊은 남녀의 밀고 당기는 이야기도 있고, 오래 함께 한 부부 이야기도 있으며, 나이가 든 할아버지, 할머니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도 있다. 심지어 초등학생의 연애 이야기도 있다. 아, 반려견에 대한 애정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온갖 연령대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는데, 공통점이 있다. 이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이 그렇게 잘 나가는 이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직한 가장, 취업하지 못한 청년, 작은 회사의 경리 업무를 보는 여자, 농촌에서 묵묵히 농사 짓는 노총각, 이혼하거나 한쪽이 먼제 세상을 떠난 가정의 아이들 등등. 이렇게 세상에 내세울 게 많지 않은 이들이 사랑하고, 또 헤어지는 얘기들인 셈이다.
그러니까 아픈 사람들이다. 세상의 파고에 휩쓸리며 상처 받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에게 위로 받기도 하지만, 또한 그 사랑 때문에 더 아프기도 한 이야기들이다. 최선을 다해서 살아보고자 하지만, 마음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 일이고, 그 세상 일에 사랑 이야기가 있다. 어찌 되었건 나만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분명 상대가 있는 일이니 참 어려운 게 사랑인 셈이다.
작가는 연립주택의 3층 할아버지와 1층 할머니의 애틋함을 다룬 이야기 끝에 할아버지 따님의 글을 빌어 “모두, 아무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그 얘기는 많은 사람들이 아프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야기 하나하나를 읽을 때마다 이야기 중의 인물들이 그러는 것처럼 “자꾸만 마음이 아파오는 것이 어쩔 수 없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은 이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우리 살아가는 이야기다. 어쩔 수 없이 부둥켜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야기.
역시 이기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