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2》
《안나 카레니나》 2권은 제3부에서 제5부까지로 엮어져 있다(문학동네 번역본). 전체적인 느낌은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진 않는다’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톨스토이가 가졌던 러시아 농민과 지주 제도에 대한 고민의 단초도 엿볼 수 있다.
제3부는 등장인물 대부분이 자신의 감정과 처지를 속이고 있다. 말하자면 모두 위선의 집 속에 틀어박혀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양새다. 모스크바 연회에서 만나 사랑을 느낀 안나와 브론스키는 그 마음을 어쩔 줄 모르면서도 카레닌(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의 보호 아래, 또 군대에 복무하면서 출세에 목말라한다. 레빈은 키티에 대한 사랑을 못내 저버린 척하며 포크로스프코예에서 농민들과 지낸다. 키티는 갈구한 사랑에 대한 배반에 의한 치욕으로 병에 걸려 외국에서 요양을 한다. 물론 그녀도 그것을 순순히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3부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제각기 그 위선의 틀을 깨기 위한 준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 위선의 틀을 깨는 것도 힘들고, 그것을 깨뜨렸다고 하더라도 그게 행복으로 이를 수 있는 길이라는 보장도 없지만.
제4부에서는 자기 갈 길을 찾아가는 인물들이 그려진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안나를 벌주기 위해 이혼을 추진하다 스테판 아르키디이치의 아내이자 키티의 언니의 설득과 브론스키의 딸을 낳다 사경을 해매는 안나의 사정 등을 맞닥뜨리면서 별안간 안나를 용서한다. 브론스키는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스테판 아르키디이치의 얘기를 듣고 안나와 브론스키를 놔주기로 결심한다. 레빈과 키티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제5부는 이제 갈등의 상대가 바뀐다. 안나와 브론스키는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다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다. 그러나 안나는 사교계에서 전혀 환영을 받지 못한다. 아들도 쉽게 만날 수 없다. 안나는 브론스키를 의심하고, 브론스키는 안나에 대한 감정이 이전과 달라졌음을 스스로 느낀다. 레빈과 키티는 결혼한다. 그리고 농촌이 포크로프스코예에서 산다. 레빈이 결혼에 대해 가졌던 환상을 깨진다. 오히려 키티는 자신의 삶을 받아들인다. 어쩌면 가장 수동적인 인물로 보였던 키티가 가장 적극적인 여인이 되어가는 듯하다.
“신혼 기간 동안 그들은 두 사람이 서로 묶여 있는 쇠사슬을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것 같은 긴장을 줄곧 생생하게 느꼈다.”
-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 않을까?
톨스토이가 소설 속에서 그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전혀 일면적이지 않다. 누구도 선이나 악, 한쪽으로만 규정할 수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그런 사람들이 어떤 계기로 악의 편에 서기도 하고, 또 선의 편의 서기도 한다. 사실은 그 악, 혹은 선이라는 것도 그렇게 분명한 것도 아니다. 단죄? 누가 누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