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와 계획생육의 비극

모옌, 《개구리》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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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국의 모옌은 장이머우 감독의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로 유명해졌다. 《개구리》는 그가 노벨문학상 받기 몇 년 전에 발표한 작품으로 그의 고향 가오미현을 무대로 하고 있다.


《개구리》의 소재는 중국에서 오랫동안 정책으로 이어져오던 ‘계획생육(計畫生育)’이다. 계획생육이란 크게 불어나고 있던 중국의 인구를 통제하기 위한 정책으로,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든가 “둘도 많다”라는 구호로 대변되는 우리나라의 가족계획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중국의 계획생육은 그보다 강압적이었으며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이 소설은 산부인과 의사로서 이 정책을 집행했던 작중 화자의 고모(실제 모옌의 고모가 모델이기도 하다)를 중심으로 정책을 비판하기도 하고, 또 어쩌면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을 옹호하기도 한다.


스기타니 요시토라는 수신자에게 보내는 4통의 장문의 편지글 형식과 희곡으로 구성된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이미지는 뭐니뭐니해도 개구리다. 처음부터 반복해서 등장하면서 존재감을 의식시키던 개구리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강렬한 메시지를 주는 소재가 된다. 개구리 자체의 이미지, 즉 다산(多産)과 개구리 와(蛙)와 여와의 와(媧)가 발음이 같다는 데서 착안해서 이 둘을 교묘하게 연결하고 있는 것이 이 소설이고, 또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고모와 개구리가 강력하게 연결되면서 가장 강렬한 전환점을 이루는 상황은 고모가 점토 인형을 만드는 하오다서우와 뒤늦게 결혼하게 된 동기를 얘기하는 데서 나온다. 여기서 개구리의 이미지도 정점에 이르는데, 위생원에서 퇴직하기로 한 날 밤,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물구덩이 있는 오솔길을 걷다 개구리 떼를 만난다.


“그날 밤 들었던 개구리 울음소리엔 원한과 굴욕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어요. 마치 상처 입은 수많은 아기의 정령이 호소하는 것 같았다니까요? ... 질척거리는 오솔길을 따라 개구리들의 울음소리에서 도망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는 거예요. 아무리 빨리 달려도 꽥꽥거리는 처량하고 원한에 가득한 울음소리가 사방팔방에서 절 자꾸만 얽어매는 겁니다. 달아나고 싶은데 꼼짝할 수가 없었어요.” (376쪽)


길게 이어지는 이 대목은 고모가 자신이 그동안 행해온 일들에 대해 크게 깨닫는 계기가 된다. 많은 아이를 받아내기도 했지만, 많은 아이를 죽이기도 했던(임신중절 수술을 통해) 고모가 자신의 손에 묻은 피에 대해 회한을 느끼고, 하오다서우가 만드는 점토 인형에 죽은 아이들을 이입시키게 되는 것이다.


개구리의 의미는 다른 데서도 중요하게 나타난다. 작중 화자 커더우의 어린 시절 친구 위안싸이는 황소개구리 양식 회사를 크게 운영하는데, 그 회사는 실은 ‘와와’를 대신 키워주는 곳, 즉 ‘대리모 회사’였던 것이다. 몹시도 자식을 원했던 커더우의 두 번째 아내 샤오스쯔는 커더우의 허락도 받지 않고, 이 회사에 들어가고, 또 대리모로 하여금 커더우의 아이를 임신토록 한다. 그것도 커더우의 어린 시절 친구의 딸로 하여금. 그리고 그 딸은 고모가 임신 중절을 시키려다 죽은 친구의 자식이었고, 커더우가 키우기도 했던 이였던 것이다. 자신의 첫 아내도 계획생육의 희생자였기에 이 충격적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커더우지만 결국은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렇게 이 소설은 계획생육 정책이라든가 대리모에 대해 비난하는 듯하면서도 끝내는 이를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맺는다. 정책을 집행했던 사람들이나, 또 거기에 희생된 사람들에 대해서 모두가 피해자였으며, 그것을 떠올리며 회한에 젖고 참회하지만 그것을 적극적으로 반성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게 이 소설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비판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지만, 이 소설은 큰 비난을 받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많은 인물들의 변화를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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