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는 4가지 힘이 존재한다. 물리학의 얘기다.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이 네 가지다. 중력은 익숙하다. 뉴턴에서 시작해서 아인슈타인까지 이르면서 우리가(물론 여기의 우리는 진짜 우리 모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잘 이해하는 힘이다. 전자기력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패러데이에서 비롯되었고, 맥스웰에 의해 정확히 설명되었다(전기력과 자기력이 동일한 힘이란 걸). 그다음이 약력과 강력인데, 이것은 우리가 현실에서 쉽게 느끼지 못하는 힘이다. ‘약한 핵력’, ‘강한 핵력’이라고도 하는 약력과 강력은 19세기 말부터 원자의 구조를 알게 되고, 양자역학이 발달하면서 알려진 힘이다. 약력은 원자핵 붕괴에서 나타나는 짧은 거리에서 작용하는 힘이고, 강력은 원자핵에서 양성자와 중성자 같은 핵자 사이에 작용하는 가장 센 힘이다.
김현철 교수의 『강력의 탄생』은 제목 그대로 ‘강력’의 존재를 발견하고, 그것을 매개하는 입자를 밝혀내기까지의 물리학 역사를 다루고 있다. 1895년 뢴트겐이 엑스선을 발견하는 장면에서 시작하여 1947년 이전에 유카타 히데오가 예측한 강력의 존재를 확인하는 파이온을 찾아내기까지의 역사다. 제목이 ‘강력의 탄생’이기 때문에 많은 물리학자의 연구가 강력을 알아내는 데 매진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뢴트겐의 발견, 퀴리 부부의 발견, 러더퍼드의 발견, 톰슨의 발견, 채드윅의 발견 등등은 결국 강력의 발견으로 이어지긴 했지만, 당연히 그들은 강력이라는 존재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전혀 의식하지도 않았다. 또한 강력의 발견이 저자가 다루는 약 50년 간의 물리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고 모두 동의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들의 발견이 결국은 물질의 가장 깊숙한 힘까지 발견하는 데까지 나아갔다는 것이다. 물리학자들의 자연의 비밀에 대한 탐구가 얼마나 집요하고, 찬란했는지를 보여주는 데 아주 적절한 역사란 얘기이기도 하다.
정말 많은 물리학자가 등장한다. 언뜻 보면 도무지 범접할 수 없을 만큼 천재적이고, 헌신적인 과학자들이었다. 누구보다 똑똑했고, 한 가지 문제에 골몰했고, 또 집요했던 이들이다. 그런데 또 한편 생각해보면, 그들이 내렸던 결론이 지금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닌 경우가 대단히 많다. 러더퍼드의 원자 모형도 그른 것이었고, 디랙도 모든 것이 옳지 않았고, 강력 탄생의 선지자였던 유카타 역시 잘못 생각했던 것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그들이 서 있던 위치에서 최선의 결론이었다는 공통점이 있고, 그 잘못된, 아니 한계가 있는 결론을 딛고서 더 정확하고 나은 이론과 발견으로 나아갔다. 어쩌면 현대 과학의 전형적인 모습을 이 시기의 물리학이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 인상 깊은 것은 이론물리학과 실험물리학의 관계다. 시작은 실험물리학이었다. 뢴트겐도, 퀴리 부부도, 러더퍼드도 기구를 만들고, 실험을 하고, 실험 결과를 해석하면서 새로운 발견으로 나아갔던 이들이었다. 이들로부터 현대 물리학이 비롯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런데 바로 그들의 발견을 이론적으로 해석하고 모형을 만들어내는 이론물리학자들의 활약이 이어진다. 그리고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디랙과 같은 이론 물리학자들이 더 앞서나가는 상황도 벌어진다. 이론물리학자들의 예측을 받아서 검증하는 몫은 또한 실험물리학자들의 것이었다. 아무리 아름답고 정합성이 높은 이론도 실험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니 말이다. 그러니까 이론물리학과 실험물리학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서로를 보완하고, 또 경계하고 경쟁하며 발달해온 역사가 또한 강력 발견의 역사, 현대 물리학의 역사가 되었다.
저자가 등장시키는 많은 물리학자 가운데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도 많다. 노벨상을 받았다고 하는데도 낯선 이름들이 많은 것은 내가 이 분야에 익숙하지 않은 탓일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기 이야기가 대체로 이해되고, 또 중요성을 잘 받아들일 수 있다. 전문가가 쉬운 얘기로 쓰는 것은 자신의 평소의 언어를 많이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얼마나 고민하며 이 책을 썼을지가 이해된다. 『강력의 탄생』 이후 얘기를 다음 책에서 한다니 기다려진다. 좀 더 어려워질 게 거의 분명해서 겁이 나긴 하지만 이 책에서 본 저자의 능력이라면 그 얘기도 그래도 이해되게 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