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리스 Nov 13. 2020

건강한 관계를 위해


인터넷을 보다가 우연히 한 이미지를 봤다.

'건강한 관계'란 이름의 일러스트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물을 주는 관계.

서로가 같이 성장하며, 서로가 같이 아름다워지는 관계.


그 그림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나와 남편의 관계를 떠올렸다.

과연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물을 주며 꽃을 피워 살고 있는 걸까.








.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5분 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딱 보통의 외모였으면

딱 보통의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딱 보통의 배경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바라는 것은 딱 하나였던 셈이다. 평범할 것.

수 없이 많은 소개팅을 하면서 그 보통, 평범이 가장 어렵다는 걸 깨달은 참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행히도 모든 것이 평균적이었다. 



하지만 결혼해 살아보니 그는 평범하지 않았다. 그는 어떤 부분에 있어 무척이나 예민했고, 또 어떤 상황에서는 지나치게 화를 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는 걸까.

내가 사람을 잘 못 봤나.

사기당한 건가.


하지만 어느 날 둘이 거나하게 취해 속 얘기를 꺼내는데 그가 먼저 입을 뗐다.


이럴 줄 몰랐어.

너의 새로운 면을 봤네.


그래서 나도 그랬다.

나야말로. 이하동문이다 이 사람아. 






결혼 3년 차.

이제는 남편의 '비정상' 인자가 언제, 어떻게 반응하는지 예측이 된다. 그도 나의 '비정상'에 대해 대비하는 듯해 보였다. 사실 대비라고 해봤자 별거 없다. 서로 조심하는 거다. 말조심. 행동 조심.

편해졌다고 해서 모든 장벽이 없어진 것은 아니니까. 세상에서 내 편이라고 여기는 가족, 제일 가깝다고 생각하는 가족이 상처도 제일 많이, 제일 깊이 줄 수 있다는 것을 안 이후다.  


결혼이라는 팍하고도 느슨한 끈으로 연결되어있는 것일 뿐 그와 나의 관계는 서로에게 ''이기 전에 ''이었으니까. 

그래서 더욱더 살핀다.  

그리고 인정하는 것이다.

우린 둘 다 너무 제멋대로고 너무 이기적이고 너무 예민하다는 걸. 세상에 나의 모든 것을 참고받아주는 사람은 없다는 걸.




 혼자 살다 보면 쉽게 빠지는 착각이 내가 다른 사람과 살기 쉬운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







엄마가 아빠를 보면서 가끔 하는 소리가 있다.


"저 남자 원래 저런 사람이었나 싶다니까."


그런데 그 반의 반의 반도 같이 살지 못한 내가 어찌 남편의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자부할 수 있겠는가.


모르니 겸손할 일이다.

겹겹이 쌓인 습관과 익숙함에 취해 상대를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오늘도 잔소리를 두 번 참았다.

어제 그도 화를 두어 번 혼자 삭혔다.

내일 나는 세 번 참을 것이다.

그도 아마 서너 번 마음을 스스로 다독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서로에게 물을 주고 또

스스로에게도 물을 주며 성장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13. 퇴근길 바닥에 택배꽃이 피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