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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강 Aug 25. 2020

축 탄생! 따밤이네 첫 알

따끈 따끈한 첫 알을 들고 흥분했던 즐거운 추억

쾅~쾅~쾅~ 다급하게 교장실 문을 두드린 것은 5학년 남자아이들이었다.

"교장선생님, 따봉이가 알을~ 알을 낳았어요."


윤찬이가 숨이 넘어갈 듯 말했다. 승환이 손바닥 위에는 하얀 알이 하나 있었고 그 뒤를 따라 아이들이 의기양양하게 뛰어 들어왔다.


"와~~ 정말? 어머나! 진짜 알이네. 따밤이네 첫 알이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교장선생님 우리 잘했죠? 약속을 지켰죠?'
'그래그래 잘했어. 수고했어.'

 말없는 말이 눈빛으로 오고 갔다.

따봉이와 밤톨이가 교장실에서 태어난 지 6개월 만이다. 닭똥 냄새가 난다. 털이 날린다. 시끄럽게 하면 동네에서 민원이 들어올지도 모른다 등 많은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병아리들을 사수했다. 자신들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시작한 프로젝트이기에 아이들은 힘든데도 힘들다 한 마디 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따봉이가 첫 알을 낳은 것이다.

첫 알은 매우 작았다. 흔히 보는 달걀보다 더 작았는데 첫 알이라 그렇기도 하고, 백봉 오골계라 더 작다고 했다. 그리고 따뜻했다.


뜨거웠던 여름날 아이들은 목재를 사서 학교 텃밭에 따밤랜드를 지었고 둥지를 만들었다. 둘은 6개월간 아이들의 사랑을 먹고 쑥쑥 자랐다. 여름방학엔 건모가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어 무사히 더운 여름을 이겨냈다. 초가을 태풍에 모이통 뚜껑이 날아가 버려 빗물로 가득 찬 사료를 버려야 했을 때는 정말 속상했다. 며칠 전에는 추위에 얼까 봐 비닐로 따뜻하게 집을 감싸줬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알을 낳지 않자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따봉이와 밤톨이의 결혼식을 시켜줬다. 입맞춤을 시켜주는 것이 전부였지만 아이들의 간절함을 담았다. 지난주 드디어 둘이 사랑을 나누는 것이 목격되었다고 했다. 때가 왔나 보다 했지만 막상 아이들이 첫 알을 들고 나타나니 감개무량했다. 우리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다음날 마침 학생자치회의 다모임이 있었다. 이때다 했다. 첫 알 소식을 전했더니 아이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난 아이들이 보지 못한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들 한다. 과정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관심을 가져야 하고 관찰해야 알 수 있다. 상상해야 볼 수 있다. 같은 것을 보고 있어도 관심이 없으면 관점이 다르면 보이지 않는 것이다. 평소에 관심을 갖게 하고 결과가 어떻게 도출되었는지 그 과정을 알려주면 아이들은 더 집중하게 되고 더 열심히 참여하며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여름 내내 쉬지 않고 따밤랜드를 오가며 병아리들에게 모이와 물을 줬던 건모의 발길을 얘기했다. 아빠의 미소로 병아리를 흐뭇해하며 놀아주었던 민재의 다정한 눈빛에 대해 말했다. 아침마다 닭들을 돌본 5학년 모두 정말 대견하다 했다. 5학년들의 표정이 으쓱했고 어깨가 불쑥 올라가 보였다.


달걀은 다시 교무실로 왔다. 마침 다음 날이 연구학교 박람회라 전시회에 파견을 보내기로 했단다. "축 탄생! 따밤이네 첫 알"이라는 팻말을 달고 전시되었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글로 알려져서인지 따봉이와 밤톨이 안부를 묻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 그 녀석들이 알을 낳았다고 하자 사람들은 신기해했고 내 일처럼 기뻐해 주었다.

달걀이 병아리로 깨어나 닭으로 자라나고 다시 알을 낳는 과정 속에서 따봉이와 밤톨이는 우리 모두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주었다. 교장과 아이들, 아이들과 교직원들, 학부모, 나아가서는 내 글을 읽는 사람들까지 말이다. 지면이 짧아 아직 말하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상상에 맡긴다.

따밤랜드 건축가들
7월 한낮에 따밤랜드를 만들어주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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