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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꿍꿍이 많은 직장인 Jan 12. 2020

06 Love_조장혁 (사랑 / 연인)

널 닮아가는 나의 모습은 언제나 날 향기롭게 해

"둘이 뭔가 많이 닮은 것 같아."


그녀를 만나며 주변 사람들에게 꽤나 많이 들었던 말이다.

나는 이 얘기가 썩 마음에 들었던 반면 그녀는 이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우리는 참 많이 다르다.

그녀는 이쁘고, 나는 흔남이다.

그녀는 키가 크고, 나는 작다.

그녀는 매우 내성적이고, 나는 매우 외향적이다.


그렇게 한결같이 부인하던 그녀가 언제부턴가 닮았다는 것을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서로의 미소가 많이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부담스럽지 않게, 또 실망스럽지 않게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친구와 전부터 약속했던 제주도 여행을 갔다.

하루라도 그녀가 더 보고 싶었지만, 비행기까지 다 예약해놓은 상태라 갈 수 밖엔 없었다. 


제주도에 갔을 때도 나는 매일 아침, 낮, 밤으로 연락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먼저 연락 준 적이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귀고 난 이후에 항상 내가 먼저 연락을 했었고,

그녀는 먼저 연락 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문득 씁쓸함... 같은 오묘한 감정이 생겼다. 

그래서 제주도에 있으며 하루 동안 연락을 하지 않아 보았다.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밤이 되었건만, 그녀는 먼저 연락이 오지 않았다. 

사귀고 난 후 처음으로 그녀에게 화를 냈다.


"우리 사귀는 거 맞아? 보면 맨날 나만 너 좋아하는 것 같아."


"아니야. 내가 표현을 잘 못해서 그렇지 나도 오빠 좋아해."


"아니, 그럼 어떻게 연락을 한 번을 안 해? 

제주도에서 뭔 일 있을지 없을지 걱정은 안 되고?"


"오빠 오래간만에 친구 만났는데 방해될까 봐 먼저 연락 못했어."


"......"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그녀는 정말 '원래 그런' 사람이였다.

상대방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편이었다. 


그녀는 뭔가를 말할까 말까 고민되면 하지 않는 편이었던 반면,

나는 꽤나 직설적인 편이고 눈치를 그리 많이 보는 편이 아니었다.


나는 이렇게 서로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불만이 있었다.

나는 항상 뜨거웠던 것 같은데, 그녀는 한결같이 미지근했다. 

이런 온도차로 조금은 티격태격하기도 하며, 만남을 이어갔다.


그렇게 계속 만나가며, 

우리는 '따뜻함'이 생긴 것 같다. 


뜨거운 건 부담스럽고 미지근함은 실망스럽다.

우리 둘은 서로가 부담스럽지 않게,

하지만 실망스럽지는 않도록,


그렇게 서로에게 따뜻함을 느끼게 되었다.


서로가 닮아간다는 것


대학생 시절, 그녀는 주말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토요일 낮, 우리는 변함없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하라는 일은 뒤로 미루고,

네이트온으로 열심히 채팅을 하고 있었다(그렇다. 나는 네이트온 세대다).


한창 좋을 때라 그녀가 뭔 말을 해도 난 큭큭 거리며 웃었고,

그렇게 기분 좋게 데이트 식사 메뉴에 대해서 얘기를 꺼냈다.


"오늘 저녁에 찜닭 먹으러 갈까?"


"아니? 싫은데?"


"응?... 그럼... 파스타?"


"아니, 그것도 싫은데?"


"응?... 혹시... 사장님이신가요?"


"아니, 나 맞는데??"


"예?..."


좋아하는 음식 2개를 연속으로 튕기는 모습에 적지 않게 당황을 했었고,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사람이 대답하고 있는 줄 알았다.

뭐지...? 뭐지...?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녀가 장난을 친 것이었다.


사실 저렇게 튕기는 장난은 내가 많이 하던 것이었다. 

당황하며 고민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이뻐서 자주 저런 장난을 치곤 했는데,

역으로 내가 당한 것이다. (오호라...??)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장난은 조금씩 늘어났고, 언제부턴가 청출어람이 되어버렸다.

이젠 내가 장난으로는 그녀를 이기지 못한다. 아니, 사실 이기지 못하게 된 지는 꽤 오래되었다.


소심하기만 했던 그녀가 언제부턴가 나와 같은 장난꾸러기가 되었다.

열이 많아서 찜질방에서도 냉방만 가던 내가 언제부턴가 그녀와 같이 지지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누워서 TV 보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가 앉아서 책 보는 것도 즐기게 되었고,

앉아서 책 보는 걸 좋아하던 나는 누워서 TV를 보는 즐거움도 알게 되었다.


감정대로 말하던 나는 한 번 참고 얘기할 수 있게 되었고,

감정이 쌓여도 말 못 하던 그녀는 할 말은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우린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천천히, 서로 닮아갔다.

 

날 닮아가는 너, 널 닮아가는 나, 

서로 닮아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함께 웃었고,

우리 함께 웃은 그 추억들은 내게 평생 잊히지 않을 향기로 남아있다.


널 닮아가는 나의 모습은 언제나 날 향기롭게 해

내겐 눈물 나게 아름다운 너 하나만으로도

너무 감사해 난 행복해 널 나에게 준 이 세상 끝까지

너를 사랑해 영원히 변하지 않을 지금 이대로

- 조장혁 'LOVE' -
풋풋했던 시절의 그녀와 나


사진작가 : 정민호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mejmh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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