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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꿍꿍이 많은 직장인 Jan 19. 2020

07 잘 있나요_더 원(사랑 / 이별)

잘 있나요... 나의 사랑아

잘 있나요 ~ 나의 사랑아

- 더 원 '잘 있나요' 첫 소절 -


노래를 처음 듣는 순간... 상이 멈춘 듯 했다.


애절한 목소리의 '잘 있나요... 나의 사랑아'라는 한 마디는 나의 시간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 노래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가사만이 내 의식 속에서 흘러갔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던 때는 동아리 방에서 기말고사를 준비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누군가 틀어놓은 이 노래 덕분에 공부는 커녕 눈물을 참느라 혼자만 애썼다.


이별


영원할 것만 같던 시간이 지나가고,

많은 사람이 그렇듯 그렇게... 

우리에게도 이별이 찾아왔다. 


분명 어떤 특정한 이유로 순식간에 사랑이 깨졌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깨졌다기보다는, 언젠가부터 생긴 작은 균열이 조금씩... 천천히... 커져갔고

결국 갈라져 버렸던 것 같다.


서로 닮아가며 하나가 되어가는 기분은 정말 특별했다.

세상 속 그녀와 나만이 전부였던 그 시간들.

결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행복했던 시간속에서 불현듯... 

그런 생각이 한 번 스친적이 있다.


'이 사람은 나와는 정말 많이 다르구나...'


찰나의 순간 들었던 생각이었지만,

서로 닮아가는 것 이상으로 우리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에 한 번 느껴졌던 그녀의 그런 행동이 일주일에 한 번씩 보이기 시작했고

하루에 한 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변함없이 행동을 했겠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나의 눈이 달라지기 시작한 이다.


그렇게 '다름'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고, 또 넓어졌다.

성격부터 시작해서 살아온 환경, 인간관계, 성향 등...

다름의 이유는 하루하루 늘어만 갔다.

또 그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갔다.


'이렇게 다른 우리가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을까??'


두려움... 그 두려움은 분명 내게서 시작된 감정이었다.

그리고 난 나의 두려움을 인질로 그녀에게 '확신'을 요구했다. 

내게서 두려움이 더 생기지 않게, 내가 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그녀가 바뀔 것을 요구다.   


하지만 이미 한 번 틀어진 시선에

그녀가 바뀌려 노력한다 한들 성에 차지는 못했다.

나는 화를 내는 횟수가 많아졌고, 무시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언제부턴가 손을 잡지 않게 되었고,

눈을 마주치지 못했으며, 걸음을 맞추지 않고 혼자 걸어가는 일이 많아졌다.


이별하기 며칠 전, 

멀찌감치 걸어가던 나는 뒤돌아서서

그녀에게 빨리 오라고 짜증을 냈던 기억이 남아있다.




밤바람이 조금 차갑건 9월 어느날 밤,

난 그녀에게 얘기를 꺼냈다.


"우리 헤어지자...."


그 말 한마디는 생각보다 쉽지 않게,

또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나왔다. 


나는 먼저 눈물이 나왔고 이어 그녀도 울기 시작했다. 


얼마나 울었을까. 눈물을 그치며 감정을 추스리려했고, 그 후... 몇 분간 정막이 흘렀다.

그녀는 이내 울음을 멈췄고, 눈물을 닦으라며 내게 휴지를 건냈다.

그리곤 크게 한숨을 쉬고 자리서 일어났다.


"오빠, 나 이제 막차시간 다 됐다. 먼저 가볼게... 잘 지내..."


그렇게 우리는 3년간의 연애를 끝내고 서로 돌아섰다.


마음 정리


우리는 헤어졌고, 다음날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내가 처음 한 행동은 '울음'이었다.

내가 헤어지자고 했으면서 왜 그렇게 눈물이 나오던지...

누워서 울고, 일어서서도 울고, 길가면서도 울고, 식사하다가 울고, 공부하다가 울고,

며칠동안 계속 울었다.


마치 내 몸안에 가득 차 있던 사랑이 녹아내려서...

움직일 때마다 눈에서 쏟아지는 듯했다. 

사랑을 비워내는 방법은 눈물 밖에는 없었다. 


녹아내린 사랑이 쏟아지지 않고 찰랑거릴 정도로 비워내는데 한 달 정도가 걸렸던 것 같다.


'사랑해서 헤어진다'

'사랑하지만 헤어진다'

'사랑하기에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소위 말도 안되는 말이라고 비난받는 이별의 이유가 있다. 

나는 이 말을 일방적으로 욕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하지만 그녀를 혼자 두고 헤어진다는 것은 사실 비겁한 행동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두려움을 보이기 싫을 수도 있기에,

그 선택이 비겁할지라도 일방적으로 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녀를 향한 나의 마음엔 정리되지 않은 두려움이 있었고,

그 두려움을 안고 그녀를 사랑할 수는 없기에 도망쳤다.

사랑 그리고 두려움, 내겐 그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사랑과 두려움, 그리고 그녀의 의미


분명 내가 더 잘해줬었다. 내가 있어서 그녀가 더 빛났다.

내가 잘 이끌어 줬기에 그녀는 성장할 수 있었다.

내가 더 많은 사랑을 줬기에 그녀는 나보다 더 행복했을 것이다.

나는 스스로의 인생에 자신이 있고 용기가 있던 사람이었지만 그녀는 항상 소심했다.

정말 후회 없이 잘해 주었다.


그렇게 잘해 주었지만 그녀의 근본적인 기질은 바뀌지 않았고,

그 바뀌지 않는 기질은 날 체념하게 만들었다.

난 분명 아쉬울 게 없었다. 바뀌지 않은 것은 그녀의 잘못이었으니까...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 멈추지 않는 눈물은 대체 뭘까...

이 감정들은 대체 뭐지?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감정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시간은 내가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건 나의 착각이었고, 오만이었고, 자만이었음을... 


내가 있어서 그녀가 더 빛났다?? 

아니, 그녀가 있었기에 내가 더 빛날 수 있었다.


내가 항상 잘 이끌어 줬기에 그녀가 더 성장했다??

아니, 그녀의 익숙함이 있었기에 나는 내 인생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내가 더 많은 사랑을 줬기에 그녀는 더 행복했다??

아니, 그녀에게 사랑을 줄 수 있어 내가 행복했고, 그녀의 사랑받을 수 있어서 또 행복했다.


나는 스스로의 인생에 자신이 있고 용기가 있던 사람이다??

아니, 나는 스스로 만든 두려움 앞에 등을 보인 세상 가장 비겁한 겁쟁이였다.


그녀는 바뀌지 않았다??

아니, 그녀는 바뀌고자 많이 노력했고, 내게 많이 맞춰주었다.

실제로 바뀌지 않은건 나였다.

 

난 아쉬울 게 없었다??

아니, 나는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너무나 아쉽고, 아쉽고, 또 아쉽다.

나는 지금 그녀가 지독히도 그립다.

내게 있어 그녀의 의미는, 내 삶과 같았다.


눈물이 난다 또 하늘을 본다 바라봐도 추억이 흐른다
네가 없는 하루가 너무 아프다 차 오르는 그리움도

사랑이 운다 바람에 날린다 구름 되어 그 길을 따라가
나 이렇게 먼 곳에서 바라본다 잊지 말라던 그대

내 눈물아 슬픈 추억아 보고 싶은 그런 사랑아
언제나 같은 하늘 아래 그려 본다
그래 나 이렇게 아픔에 살아
...........................................

네가 없이 가끔 울 것 같은데 아파도 슬퍼도 너를 생각해
잘 있나요 나의 사랑아 보고 싶은 나의 사랑아

언제나 같은 하늘 아래 그려 본다
그래 나 이렇게 아픔에 살아
오늘도 그렇게 아픔에 산다

- 더 원 '잘 있나요' 중 -


사진작가 : 정민호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mejmh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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