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범퍼카

by 권씀

작용과 반작용 사이 밀당이죠


상처는 주고받아야 제 맛이라는데

쉽게 닳거나 멈추지 않을거예요


범퍼가 공기로 가득 차 있다면

정말 보이지 않는 두께만큼 안전한 거라면

우리 사이에는 과연 어느 정도의 허공이 필요한가요


바깥 세상 보험의 논리는 지긋지긋해서

입의 언어가 몸의 언어에 묻히는

환호와 비명 외에 숨길 게 없는 충돌의 현장을 찾아요


가해자 피해자 따지지 말고 묻지도 말고

즐거운 접촉사고로 그대와 투닥투닥 알아가고 싶어요


도망가지 말아요

이곳은 모면할 수 없는 순간

짝사랑의 순정 또는 은둔자의 사랑 따위

범퍼 카를 타고 나서는 더 이상 믿지 않아요


페달은 하나 뿐

곧 죽어도 직진

망설이지 말고 액셀을 믿어요


부딪칠수록 까르르 까르르

웃음이 아픔처럼 피어나는 곳


잇몸 만개한 어르신은

좌충우돌 추억을 다시 살고

모자 거꾸로 쓴 개구쟁이는

짝궁에게 겁 없이 들이대는 곳


사랑은 직설적이어서 아프지만

오늘도 주저 없이 시동을 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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