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꼴깍 꼴깍

by 권씀

유독 피곤한 날이면 갈증보다는 두통이 먼저 찾아오지. 그럴 때면 진하게 내린 커피를 꼴깍 한모금 또 한번 꼴깍 두모금을 마시면 조금은 나아져. 이건 플라시보 효과일까. 아님 각성일까. 무튼간에 꼴깍 꼴깍 커피를 마시고 나면 나른한 우주가 펼쳐지지.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야. 살짝 산미가 올라오는 즈음에야 잔뜩 유영하고 있던 우주에서 벗어나 지금으로 돌아와. 올 겨울에 함박눈은 언제쯤 내릴까. 비보다는 눈이 가까운 계절에 다다른다는 건 참 근사하면서도 한편으론 계절나기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게 되지. 꼴깍 꼴깍 한모금 두모금 세모금. 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걸까. 생각을 마시고 있는 걸까. 또다시 꼴깍 꼴깍. 다시 우주를 유영해. 함박눈이 잔뜩 내리는 우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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