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아득히 먼 날에 뜨거운 물에 씻고 나와
무심코 손가락을 보면 어느샌가 기다랗게 자란
손톱이 빼꼼히 날 바라보고 있어
휘청거릴만큼 유연해진 손톱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이내 웅크리고선 한참이나 손톱을 깎아내
또각 툭 또각 또각 툭 툭 또각 툭
곱게 깔아놓은 화장지 위로 떨어지는 녀석들은
마치 어둑한 밤하늘의 손톱달처럼 이 밤을 수놓지
어른들은 밤엔 손톱을 깎지 말라고 했지
쥐가 잘라놓은 녀석들을 야금야금 먹구선
그 사람 행세을 한다구 말이야
그래도 짐승의 것마냥 기다랗게 자란 녀석들은
이 밤을 지낸 뒤에는 더욱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
그래서 미련처럼 길어버린 녀석들을
한참동안이나 또각 또각 잘라내지
열손가락 빼곡히 자라난 녀석들을 깎아내곤
화장지로 곱게 접어 머리맡에 두고선 생각을 해
이만큼 자라난 미련을 오늘은 잘 끊어냈다고
그리고 나쁜 기억들을 툭툭 잘 깎아냈다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