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City of madness

by 권씀

숱한 사람들 중에서도 얼굴에 꺼질듯한 어둠을 담은 사람과 입에 절망을 담은 사람과 눈을 마주쳤다. 하얀 손가락들이 허공을 휘적휘적거리던 나의 가지들은 어느새 다 없어지고 기어이 몸뚱이까지 잘려 도시로 간다. 전염병으로 온 나라가 위기에 빠져있을 때 산악인은 등반을 한다. 작가는 글을 쓰고 바다에 매료된 화가는 먼바다를 그린다. 그렇게 다들 제 할 일을 한다.


갓 이어진 애인들은 재잘거리다 밤만 되면 입을 맞추었고 몸을 부비며 사랑을 나눴지만 아침이 되면 죄다 까맣게 잊었다. 매일 술에 취해있는 사람은 매일 술에 취하려 노력했다. 쥐가 죽고 먹을 건 다 못 먹는 것이 되었다. 세상은 환기가 되지 않는다. 다 똑같은 숨을 쉬고 똑같은 하늘과 바다를 나눠 쓰는 이들은 다 똑같은 물감에 흠뻑 적셔져 다시 밥을 짓고 술을 담그고 사랑을 나누고 이 질긴 질병을 이겨내려 애쓴다.


한밤중 먹먹한 그리움, 비싼 공기를 머금은 피투성이 몸통들 중에서도 가장 순박한 몸통과 가장 큼지막한 몸통이 눈을 마주쳤다. 살벌하게 쓰러지고 밀치는 평화시대. 섣부른 걸음을 떼는 봄은 다시 가버려라. 아무것도 못 본 듯 아무 말도 듣지 않은 듯. 쓸데없는 평온이 도시 한복판에 쌓여간다. 그렇게 쳇바퀴를 돌려 하루가 되고 열흘이 되고 한 달이 된다. 온몸을 검게 한 것들은 검은 양복을 칭칭 싸 입고 노란 봉투 품에 두툼히 들고 고담으로 가고 있다.


검은 옷에 하얀 얼굴, 야윈 모습으로 불어난 감정의 소용돌이 속 결국 양가감정의 재회. 바야흐로 광기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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