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장미꽃이 환하게 웃던 계절

by 권씀

만물이 익어가는 그 계절이 되면 버릇처럼 챙기는 것들이 있어요. 챙이 넓은 모자, 선크림, 여름용 긴팔 셔츠, 손수건 같은 것들. 직사광선으로 내리쬐는 볕도 뜨겁지만 지면에서 올라오는 복사열 또한 견디기 어려운 것이라 틈틈이 마실 미지근한 물도 필수죠. 그 계절이 되면 가장 먼저 고개를 들고 두 팔 벌려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것들이 있죠. 발등 위를 감싸는 볕, 푸르르게 물들어 풀내음 내뿜는 푸른 들판, 손가락을 닮은 새초롬한 나뭇잎 아래 곤히 잠을 청하는 작은 새들. 이 계절은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을 지상에 머무를까 하는 걱정도 잠시 다시 찾아온 계절에 설레는 마음은 늘 한결같죠.


장미꽃이 환하게 웃던 계절 속 나란히 앉아 매미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던 그 밤을 당신은 기억하나요. 도시의 가로등 불 위로 덩그러니 뜬 달 주위로 이름 없는 숱한 별들은 반딧불이처럼 깜빡이고, 푸르스름한 저녁 하늘 아래 멧비둘기와 풀벌레 소리는 해가 뜨기 전까지 그 밤을 채웠죠. 해가 길어진 낮이 야속할 만큼 짧은 밤이 무척이나 아쉬웠죠. 마음을 한없이 속삭이기엔 너무나도 짧았던 그 계절의 밤. 장미꽃을 닮은 당신의 웃음이 붉게 피어나던 그 밤은 까만 밤보단 흐드러지게 웃음이 피어난 밤으로 남아있죠.


까만 밤 가운데 붉게 피어난 장미는 가시가 돋친 걸 잊게 할 만큼 마음을 흔들죠. 그 계절의 그 밤처럼. 그 밤의 당신의 웃음처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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