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덜 여문 은행잎을 주워

by 권씀

땅 위로 떨어진 덜 여문 은행잎을 주워 한참을 바라본다


도로 위 오가는 차와 한여름의 열기는

우두커니 서있는 녀석들을 한없이 괴롭히기만 해서

그저 녀석들은 아무말 않고 묵묵히 견뎌내지


은행잎의 머리맡 아래와 가지의 겨드랑이 사이

주렁주렁 매달린 초록의 열매엔

어느새 독기가 무르익어 진한 향을 내뿜고 있는데

뭇 사람들은 떨어지는 열매를 피해 종종걸음을 뗀다


거리는 어느새 진노란색으로 물이 들고 있는데

아직 계절을 만끽하지 못한 은행잎은

여전히 초록의 생기를 지니고서 밤거리를 지킨다


초록의 생기가 노랗도록 익기까지는 한참이나 남았는데

계절은 뭇사람들의 걸음처럼 종종걸음을 떼며

다음 행선지로 몸을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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