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면 날씨라는 건 참 편하게 쓰여요
날씨를 핑계로 삼아 문득이라도
무심하게 안부를 물어볼 수 있으니까요
길가에 핀 꽃들은 참 편할지도 모르겠어요
발길 닿는대로 자리를 잡고 피어나면
오가는 이들과 마주하고선 안부를 전하니까요
똑똑 노크하고 인사를 건네기엔
우리의 거리는 멀고 시간은 너무 깊어버렸죠
그래서 그럴듯한 핑계를 찾지 못하는 날엔
안부를 전하는 것도 그렇게나 떨리는 거겠죠
오늘은 달이 전깃줄 위로 휘영청 뜬 밤도
비가 서글픈 목소리로 울먹이며 내리는 밤도
고양이들이 한데 웅크려 고로롱거리는
그 어떤 밤도 아니지만
서투르게나마 어떻게 지냈는지
혹 마음 쓸 일은 없었는지 안부를 물어볼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