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예배당

by 권씀

조그만 예배당 십자가 위로 빛바랜 하루가 걸려있어요


조각조각 이어 붙인 스테인드 글라스는

이제 빛을 온전히 담기엔 무척이나 낡아버렸지요


너무 오랜 세월을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었어요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갔을까요


새로운 것들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발걸음이 빠른데

예배당은 한참이나 숨을 고르고 있었던 거겠죠


조그만 예배당 창문에 걸터앉아있는 새는 알까요

오래된 스테인드 글라스를 가슴에 품은 예배당은

볕이 강하게 드는 날이 되면 어김없이 추억을 꺼내본다는 걸요


누군가에겐 마냥 낡아버렸을지도 모를 지난날

그 지난날은 이 예배당에겐 역사 속 수많은 장면 중 하나겠지요


조그만 예배당 지붕 위로 빛바랜 지난날이 걸려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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