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듯 보여도 그 어떤 꽃보다 여려서
봄바람이 휙 불고 나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곤 하지만
봄을 기다리며 피어나던 그 고귀함을 잊지는 않아요
겨울의 앙상함을 닮아 희고 풍성한 내 옷자락은
봄비가 처연히 내리고 봄볕이 따갑게 내리쬐면
이내 갈색빛으로 바뀌어 이별을 준비해야겠지만
그 모습을 미리 염려하지도 않죠
지구별 위 피어나는 그 어떤 꽃보다
오랜 시간동안 계절을 거듭 보며 피어났기에
하나의 계절 속 작은 이별에 마음을 두진 않을 겁니다
나는 매해 어김없이 풍성히 하얗게 피어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