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엔
뜨거운 것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쳤던 마음에 온기가 스며든다
오래 된 만두 가게 앞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구름처럼 밤하늘을 누빈다
유리창은 희뿌옇게 흐려져 있고
손님이 드나들 때마다 문 위의 종이
짤랑 짤랑 짧게 울린다
김 사이로 보이는 주방 안은
만두피를 빚어내느라 분주하고
굳게 닫혔던 찜통 뚜껑은 한 번 열렸다가
잠시 숨을 내뱉은 뒤 다시 닫힌다
종종걸음을 하고 집으로 향하던 이들은
하얀 김 사이 스며나오는 맛있는 냄새에
어느새 줄을 서기 시작하고
찜통은 오르락내리락 위치를 바꾸며
자기 몫의 일을 이어간다
연말이라는 말이
이 밤 어딘가에 걸려 있는 채
사람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앞을 향해 지나가고
나는 그 사이를 조금 느리게 지난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지만
이 김이 흩어지는 동안만큼은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오늘 같은 밤엔 나 하나쯤은
잠깐 이 자리에 머물다 가도
괜찮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