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펭귄의 사랑

by 권씀

어미와 아비는 종종걸음으로 먹이를 찾아 나선 지 오래
두껍던 어린 시절 갈색빛 기억은 점점 옅어지고
냉정한 세월 아래 숨어있던 속살은 점점 무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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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쯤 갔을까
어디쯤 왔을까
알 턱 없는 물음을 스스로 던지고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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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없는 물음은 울음이 되어 온몸이 북받치도록 터져버린다
그렇게 유년을 울음으로 보내 매섭게 청년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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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아비를 기다리다 식어버린 정은
다시금 타올라 저마다의 짝을 찾아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하고 삶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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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두 발 위 위태로이 서 있는 새끼를 떠올리고
위태로운 새끼를 그윽이 안고 있는 모습을 그리며
먹이를 찾아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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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익숙할 법한 설원 위 미끄러질까 싶어
두 팔 한껏 벌려 종종걸음을 내딛어본다
한발 두발 내디디며 어미 아비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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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를 살려 먹였구나
그랬구나
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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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의 맹렬한 바람이 분다
사랑을 두고 종종걸음을 내디딘다
사랑을 위해 종종걸음을 내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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