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숯의 온기

by 권씀

‪눈이 사박사박 밟히는 계절은 멀었지만‬
은행이 떨어지고 잎이 물들어가는 즈음이면
나도 모르게 겨울을 기다립니다

볼에 발그레 전구가 켜지면
숯의 체온이 그리워져요

딸깍 한 번에 쉽게 온기를 찾을 수 있지만
모닥불 아래 웅크린 숯의 열기만큼은 아니죠

빨갛게 달아오른 숯 앞에 앉아
뭉근히 끓인 차를 마시노라면
계절의 무게를 안고 있던 노곤함이 밀려옵니다

가끔은 불 앞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타닥거리며 제 몸을 태우는 숯처럼 말예요

계절의 성실함을 꾸역꾸역 따라가는 것보다
한적한 시골길처럼 그런 여유도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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