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술
어머니가 틀어놓은 TV 건강 프로그램에서는 나이 지긋한 방청객을 앞에 두고 엄포를 놓는다. 곧 내일이라도 큰일날 것처럼 무서운 얼굴로 경고를 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에 효과음도 한몫한다. 화면은 따스하고 밝기만 한데, 영 분위기는 어둡다. 평소에 접하지 못하는 낯선 단어를 내뱉는 그들의 모습은 어쩌면 친절하지 않은 안내자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이 병에는 뭐가 좋다. 뭐가 안 좋다를 속사포처럼 내뱉는 그들의 말을 종이에 받아적으며 나에게도 신신당부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친절하지 않은 안내자들은 방송 말미에 효과가 있다는 약과 음식을 줄줄이 나열하며 당장 마트로 달려가라는 독려를 가장한 독촉을 한다. 살면서 이런 저런 것들에 스트레스를 받는다지만 어째 건강을 지켜준다는 프로그램조차 사람들에게 겁을 주는 것일까. 상술과 의술의 그 어딘가쯤에 위치한 그들이 한파보다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