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무화과는 달빛 아래 익어가고

by 권씀

으따

꽃도 없는 무화과가 남녘땅에서 잘 익는가 했드니

고거슨 참말로 은밀한 달밤에만 익는 거랍디다

북녘 바라보며 호랭이가 그르렁 우는 밤이면

쩌그 골째기 새로 피어오르는 건 꽃이 아닌 세월이랍디다

하늘에 손톱달이 반짝 뜸시롱 그쯤 되서야

무화과는 익기 시작허는디 아따 고것이 글케 달다 안하요

여그 보씨오

세월이 이러코롬 꽃 없는 것도 익어가는디

자네는 으째 지난 것에 그리 목을 맨다요

쩌그 저 먼디 호랭이 울음 들리지라

저 놈들도 쩌 높은 디서 저래 울어쌌는디

바람소리는 이리 즈리 오미 가미 하는디

어찌 그리 멍허니 있는다요

다 익어가는디 어여 우리도 움직여야지 않겄소

잘 익은 무화과 그 무표정한 꽃 한놈을

콱 베물고설랑 살짝 입술에 닿으면

달빛이 으찌 가만 있겄소

그라지라

무화과 한놈 호랭이 두놈 손톱 닮은 달 한놈

또 이렇게 옹기종기 붙지 않겠소

달빛이어라

자네 손톱 깎아서 던져둔 걸 쏙 빼닮은 달빛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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