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불리든 내가 사서가 아닌 것은 변하지 않지만, 이모까지 가는 건 너무 멀리 가는건 아닌가 싶다.
가끔 호칭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 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때도 뭐라고 불러달라고 해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아, 저는 사서고요. 부르실 때는 편하신 쪽으로 부르셔도 됩니다."
그러면 "사서님"이라고 불러주실 때도 있고,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실 때도 있다.
사서가 사서를 부를 때는 대부분 "선생님"이라고 부르거나 직함(주사님, 과장님, 팀장님, 관장님)으로 호칭한다.
가르치는 업무도 아닌데 "선생님"은 과한 게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는데, 사실 대부분의 사서는 도서관에서 교육자의 역할도 한다. 정보화교육이나 도서관 이용교육도 진행하고 동아리 활동이나 독서지도 등을 하는 경우에 교육자로서의 기능도 함께 수행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사서의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이용자들은 "선생님"이라고 호칭하는 경우도 있다.
가끔 어린이실에서 서비스를 하다 보면 보호자님들께서 데스크에 앉아있는 사서를 지칭하실 때
"저기 있는 '이모'한테 해달라고 하자!"
"'이모'한테 책을 가져다줘야지~" 하실 때도 있다.
20대 때는 사실 이 호칭이 제일 충격적이었다. '언니'도 아니고 '이모'라니!
충격의 포인트가 빗나간 거 같긴 하지만, 아무튼 충격적이었다.
도서관에 오셔서 늘 신문을 보시고 가시는 할아버지 이용자님들은 가끔은 '어이', '저기'로 부르시기도 한다.
"'어이' 에어컨 좀 틀어줘. 좀 덥지 않나?"
"'저기' 히터 좀 틀어줘, 좀 춥지 않나?"
거의 부르지 않으시는 편인데, 여름에는 덥다고 많이 찾으시고, 겨울에는 춥다고 많이 찾으신다.
사서로 산지 10년이 넘도록 아직 어떻게 불리어야 할지 모르겠다.
"선생님"은 과한 거 같고 "사서님"은 뭔가 어색하다.
스스로 어색해하니, 불러주시는 분들도 어색하시리라-
어쨌거나 오래도록 사서를 하다 보니, "사서님" 혹은 "권사서"로 불러주시는 이용자분들이 많다. 사서라는 직업도 사서라는 단어도 어색하실 수 있었을 텐데, 매번 만나고 함께 소통하다 보니 그렇게 자연스럽게 불러주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사서'라는 존재를 잘 모르는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사서님" "사서 선생님"으로 불리는 것을 강요하고 싶진 않다. 그래도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이 "사서 선생님"이라고 하면, 누가 가르쳐 준 것인지 신기하고 기특해서 눈길이 한번 더 간다. 도서관을 자주 찾는 어린이 거나, 어린이집에서 도서관에 견학을 왔거나, 도서관 이용교육을 들은 아이들이 많다.
호칭은 관계로 들어서는 '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칫 너무 높여서 호칭을 하면 어렵고 어색한 관계가 되기도 하고, 자칫 너무 낮춰 호칭을 하면 껄끄러운 관계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호칭을 조심스럽게 하는 편이지만, 막상 나는 어떻게 불릴 것인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래도 역시 "사서"라고 불리는 것이 가장 좋다.
5년이 넘도록 함께 문학을 동아리에서 공부한 어르신이 "권사서"라고 불러주시는 것도 좋고,
책을 읽어주고 독후활동을 하는 프로그램 중에 아이들이 "사서 선생님"이렇게 불러줄 때도 참 좋다.
누군가 나를 "사서"라고 불러주면, 나를 모르던 누군가가 내가 "사서"인 것을 알게 되고, 필요한 것이 생길 때 나에게 물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역시 "사서"라고 불리는 게 가장 좋겠다.
공공도서관에서 만나게 되는 직원들이 모두 사서는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법정 사서수의 20%도 채우지 못한 공공도서관이 대부분이고, 대출하거나 반납하는 단순 업무의 경우 사서자격이 없는 공익 근로 요원이나, 계약직, 기능직 등으로 대체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커다란 공공도서관에 법정 사서수 3인을 겨우 채워 개관하는 도서관들도 많이 있습니다. 도서관법에 따라 사서가 3인도 충족되지 않는 도서관은 공공도서관으로 분류하지 않고 문고나 작은 도서관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그 수만 겨우 채워 개관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사서가 부족한 와중에 사서들이 자료실의 데스크를 지키고 앉아있기는 사실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면 사서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서들은 대부분 사무실에서 기획자 및 행정가로서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료실보다는 사무실에서 문화프로그램 및 행사를 기획하거나, 자료를 구입하고 정리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공공도서관의 모든 자료와 진행하는 모든 행사, 프로그램, 시설의 운영, 스케줄까지 사서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지만, 그 사서가 이용자와 맞닿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데스크에 사서가 앉아있는 공공도서관은 그래도 법정 사서수를 50% 정도는 채우고 있는 공공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공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높은 지역에 사신다고 자부하셔도 좋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나는 공공도서관에 가서 꼭 직원에서 "사서"라고 불러줘야지 했을 때, 오히려 불리는 사람이 당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서가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그 자리엔 사서가 있어야 돼'라는 의미로 공공도서관에서 사서를 찾아주세요.
소소한 TIP: 사서와 비 사서를 구분하는 법
데스크에 사서가 앉아있는 것과 사서가 아닌 직원이 앉아있는 것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질문'을 했을 때 돌아오는 피드백입니다.
"우리 아이가 로봇을 좋아하는데, 로봇과 관련된 책을 추천해주세요."
"제가 얼마 전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는데요. 마음이 너무 아픈데 읽을만한 책이 없을까요?"
라는 질문을 했을 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찾고자 하는 목적에 가까워지게 다시 질문을 하거나, 검색을 통해 해답을 주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그 사람은 사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저기 있는 검색대에서 검색해보세요."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그 사람은 사서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용자가 질문을 한다면 그 질문을 정교화해서 원하는 해답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것이 바로 정보서비스입니다. 정보서비스는 문헌정보학에서도 매우 중요한 분야이고 사서가 정보 전문가로서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하는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