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를 전문직으로 분류할 때 공격을 받을 때도 있다. 나의 경우에는 처음 입사할 때 토론 면접의 질문이 '사서는 전문직인가?' 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전문직이라고 생각하고, 4년 교육과정 거쳐 사서자격증을 손에 막 넣은 새내기 사서에게 이런 무례한 질문을 면접 질문으로 하다니, 잠깐 화가 났지만 한편으론 사서로서 스스로 전문성을 입증하라는 것이 었기에 피 터지게 토론에 임했고 합격했다.
전문직의 사전적 정의는 "사회의 중심적 가치와 관련이 깊은 제문제에 대하여 일련의 체계적 지식을 응용하는 직업을 말한다.(사회학 사전, 2000)" 통상적으로 전문직에는 의사, 간호사와 같은 의료인, 변호사, 검사, 판사와 같은 법률인, 교사와 같은 교육인, 목사와 같은 종교인이 있다.
사서직을 여기에 대입하면 사회적 중심적 가치는 시민의 지식정보서비스 제공일 것이고 일련의 체계적 지식은 지식정보제공을 위한 학문인 문헌정보학일 것이다.
통념상 전문직이라고 하면 일정의 자격 제도가 있고, 이 자격을 위한 일정의 학문과 교육과정이 마련되어 있어 양성하고 전문가를 배출하는 과정이 있는 직업을 말하기도 한다. 사서는 문헌정보학과라는 전문적 교육과정이 마련되어있고, 사서자격제도를 운영 중에 있다. 준사서, 정사서 2급, 정사서 1급에 해당하는 자격증이 있어야 사서다. 우리나라의 사서 자격제도는 1966년부터 자격이 부여된 사서를 배출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경우 사서 자격 또한 대학과정에서 이수하거나 혹은 고등교육과정을 이수한 자가 '사서 강습'이라는 과목을 듣고 사서로서의 경력을 쌓은 경우 사서 자격을 준다. 그나마도 사서자격이라는 것은 공공도서관에 한정하여 적용되고 있고 대학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에서는 적용하고 있지 않다. 사서교사의 자격의 경우에도 교직이수를 하고 있는 자가 '사서 강습'의 수업을 수료하면 사서교사를 할 수 있다.(한국도서관 정보 학회지. 45(3) : 371-393) 이는 사서를 전문직이라기보다는 단순 자격 제도 정도로 운영하고 있는 것과 같이 보인다. 일본의 공공도서관은 서고와 공부방 개념의 열람실 위주의 공공도서관을 주로 운영했다. 그러다 보니 사서의 전문성 필요에 대한 확답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일본은 지금 현재도 사서의 전문성에 대해서 찾고 있는 과정에 있다.
미국의 경우 미국도서관협회가 인가기준을 만들어 문헌정보학과 개설을 신청하는 학교 중에 그 인가기준에 부합하는 교육기관을 선정한다. 그 인가 기준에 사서교육과정은 대학원 교육과정을 포함하도록 되어 있어 최소 석사학위 이상의 문헌정보학을 이수한 자가 사서(librarian), 여기에 한 개 이상의 석사를 추가 이수한 자가 정사서(Senior librarian)가 된다. 미국의 경우 사서자격에 대한 기준이 높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사서에게 요구되는 책임들 또한 높다. 도서관 관리를 포함한 전문적인 책임으로 이들은 독자적인 판단과 규정과 절차의 적용, 도서관 문제의 분석 및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해결방안 등을 요구한다. 미국의 정사서에게 요구되는 책임들은 경영을 포함한 가장 높은 수준의 책임들을 명시하고 있다.(한국도서관 정보 학회지. 27 : 1-25) 미국의 도서관은 정보를 축적하고 그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는데 사서의 전문성이 발휘된다. 특히 시민이 원하는 정보라면 국가기관 및 교육기관과 협력하기도 하며, 기부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공공도서관의 특성상 다양한 기부 유도를 위한 기획과 경영에 사서의 전문성이 발휘된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미국의 중간 어디쯤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부터 공공도서관의 개념이 처음 들어온 우리나라도 처음엔 도서관이 자료의 축적 그리고 공부방의 기능을 했고 해방 이후에 차츰 미국의 도서관의 개념. 문화기반시설이자 지식정보제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공공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이 변화함에 따라 사서의 역할과 전문성도 변화했다.
사서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가끔 사서가 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럴 때 내 대답은 단 하나다.
"사람 좋아하세요? 일단, 그것부터. 나머지는 다 배우면 돼요."
"사서는 책을 좋아해야 하지 않나요? 저는 책을 좋아해서 사서가 되고 싶은데요."
"책을 좋아하는 것은 사람을 좋아하는 것에 보태지면 좋겠지만, 책을 좋아해서 사서가 되면 책이 싫어질 수도 있어요."
사서가 되고 책 한 권 진득하게 펼쳐볼 시간이 없을 때도 많았다. 겨우 짬을 내서 책을 펼치면 "책 읽고 월급 받고 참 편한 직업이에요. 사서는"라고 이용자들에게 피드백받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어야 하는 업무가 있을 경우. 예를 들어 서평을 쓰는 업무, 동아리 운영 업무, 문화행사 업무와 관련 도서를 읽어야 할 경우에는 퇴근 후에도 집에서 일의 연장으로 책을 읽기도 했다. 취향에 맞지도 않은 벽돌만큼 두꺼운 책을 꾸역꾸역 읽어내기도 한다. 무급의 초과근무랄까. 나는 활자 중독에 가깝지만,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부터 좋아하지 않았던 것인지, 사서가 되고 좋아지지 않은 것인지 분명하진 않다.
사서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 '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하는지 이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사서는 시민에게 지식정보 제공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물론 정보검색 능력이 뛰어난 것은 전문성에 기반을 하는 것이지만, 이것은 이용자의 정보 요구를 알아내고 이용자에게 적합한 결과물로 제공되어야만 가치가 생긴다. 이용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곧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비롯되고 그것이 대면 서비스이든 비대면 서비스이든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에 기반한다. 이 소통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기본으로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자료와 정보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어떤 매체를 좋아할까? 사람들이 요즘 좋아하는 주제는 무엇일까? 어떻게 정보를 제공해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원하는 정보를 취할 수 있을까? 어떤 형태로 제공해야 편하게 볼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호기심, 관찰과 통찰력이다. 사서는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 위에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사서가 아무리 뛰어난 정보검색 능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긴밀하게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이용자가 원하는 매체와 방법으로 제공하는 과정이 빠진다면 그 전문성은 발휘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서(Librarian)는 인공지능에 대체되기 어려운 직업에 속한다.
Google can you bring back 100,000 answers.
Librarian can you bring back the right one.
- Neil Gaima(닐 게이먼)
닐 게이먼은이를 구글(검색엔진)과 사서의 차이라고 했다. 검색엔진은 일정 키워드에서 수십만 건의 답을 보여주지만, 사서는 정보를 원하는 자의 정보 요구를 인적 협조를 통해 명확히 하고 이용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답을 제공한다.
교사가 많이 아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이 다른 것처럼 사서도 많은 정보력을 가지는 것과 잘 전달하는 것은 다르다. 이 과정에서 인적 협조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고 여기에 사서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전문가가 체계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체계적인 지식을 갖추지 않고 직업에 임할 때 그들의 서비스를 받는 누군가는 피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도 그렇고 법률 종사자도 그렇다. 그렇다면 사서는 어떨까?
우리 사회에서 지식 정보의 가치와 위협은 상당히 높은 수준에 달했다. 잘못된 정보는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며, 정보력이 경제적 가치를 가진지는 오래다. 이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사서가 전문적 지식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사서도 전문가로서 체계적 지식을 갖추지 않으면 잘못된 정보로 잘못된 결과를 도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학업과 직업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지병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는 경우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공공도서관에서 사서가 다양한 직업정보, 주변 학교의 장학 정보, 소외계층의 복지 및 지원제도까지 폭넓게 정보를 수집하고 사람을 살리는 서비스를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유학을 했던 한 지인은 유학생활 중 생활고로 생활비며 학비가 없어 공부를 마쳐야 하나 고민하던 와 중에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공도서관에 방문했고 거기서 외국인 장학제도와 지원제도, 아르바이트 등을 소개받고 학업을 유지할 수 있었고 자신에게 그런 기회를 준 사서라는 직업에 감명받아 한국에 돌아와 사서교육을 받고 사서자격을 받아 사서를 하고 있다.
실제로 검색엔진의 디렉터리 관리, 검색어 분석 등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이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사람이 담당하는데 이때 사람의 영역을 문헌정보학을 이수한 사서들이 종사하기도 한다. 실제로 나도 대학 재학 때 네이버 디렉터리 분석 작업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용자들의 검색어 로그를 분석하여 검색 후 원하는 정보를 찾은 경우와 실패한 경우를 구분하고 유사 주제 및 유사 검색어를 추출하는 작업이었다.
공공도서관에서 직접 대면하고 서비스를 하는 사서나, 정보 전문가로서 정보 검색의 다양한 작업을 하는 사서나 모두 사람을 이롭게하는 정보의 수집과 제공을 해야 한다. 사람이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추측하고 미리 구성하고 제공하는 것, 표현하지 않는 정보 요구를 포착하고 제공하는 것 모두 사서에게 필요한 자질이고 이는 곧 '사람을 좋아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나는 '사서는 전문직인가?'에 대한 질문에 '사서는 전문직 이어야 한다.'고 대답하고 싶다.
단순히 자료실의 자리를 지키는 그 누구라도 대체할 수 있는 일반직이 아니어야 한다고 말이다.
국내에서도 사서의 전문성에 대한 고민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단순히 검색엔진과 경쟁하는 정보검색 능력, 정보의 분류와 같은 전문성이 아닌, 인적 협조를 바탕으로 하는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성의 확보가 필요하다. 그게 사서가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을 고유의 정체성이고 그게 구글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되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