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는 업무 동아리 운영

by 호치담

도서관 개관 후 1년쯤 지났을 때 문화프로그램 및 행사를 진행하면서 자연적으로 지역주민들로부터 동아리 운영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그렇게 도서관에 동아리들이 하나 둘 생기다가 지금은 우리 도서관에 거의 10개의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동아리 운영이 한창 활성화되었을 때 당시 관장님께서는 1 사서 1 동아리 운영을 권장하셨고, 그렇게 우리 도서관 사서는 모두 1개의 동아리 이상을 운영하게 되었다. 나 역시 사서로 산 약 12년 동안 처음 1년을 제외하고는 동아리를 1개에서 2개 정도 꾸준히 운영해 왔다.


하지만, 로테이션 근무와 잦은 업무분장의 변경으로 하나의 동아리를 꾸준히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동아리를 운영하다가 떠났다가 다시 되돌아오기도 하고, 누군가 떠난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때로는 그렇게 떠나온 동아리가 성과를 내며 발표회를 하고 도서관 우수 사례 등에 발표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동아리를 잘 이끌어준 동아리원들과 운영해준 사서에게 고맙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떠나오면서 동아리 자체가 해체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조금 더 활성화되고 안정될 때까지 운영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사서의 여러 가지 업무분장 중 동아리 운영은 다른 업무분장과는 조금 다르다. 사서가 단독으로 기획하고 운영하고 결과보고를 하는 일반 업무가 아니라, 동아리의 성격에 따라 사서가 맞춰서 기획서를 쓰고 운영과 결과물 역시 동아리가 운영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산출되는 업무란 것이다. 사서는 동아리를 운영하는 커뮤니티의 운영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동아리마다 사서의 역할은 매우 다르다. 때로는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구심점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동아리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서 가장 소극적인 개입을 할 때도 있다. 그리고 동아리가 운영되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관련하여 사서도 역할을 계속해서 바꿔야 할 때도 있다.


이런 유동적으로 적응하고 변화해야 하는 업무기에 사서의 개입에 따라 생기고 없어지기도 한다. 특히, 사서가 동아리 운영을 주도적으로 운영한 경우 사서가 떠나는 경우 동아리가 자생력을 잃고 없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나의 경우 늘 그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동아리에 사서가 깊이 개입할수록 사서가 로테이션되거나 업무분장이 변경되면 사라져 버리거나 운영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정이 가는 동아리가 활성화되어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만이라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랐다. 또, 동료의 육아휴직 등으로 업무가 늘어나서 동아리를 운영할 여력이 없을 때에도 사적인 시간을 할애해서라도 '이 동아리는 제가 운영하고 싶습니다.'라고 자처하기도 했다. 동아리 운영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사서는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하는 전문직으로 서비스업이 가지고 있는 애로사항을 모두 겪는다. 그러다 보면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는 것에도 오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한두 번 스치듯 본 이용자들이 비난과 원성을 받다가도 오래도록 소통하고 교류한 동아리원들과 대화를 할 때 숨이 트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동아리 운영이 그런 숨 쉴 구석이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나보다 훨씬 전문적 지식도 많기도 하고, 살아오면서 터득한 지혜 그 자체인 동아리원과 이야기할 때 나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구나 느끼게 해 주었다. 부족한 부분을 느끼게 하고 또 발전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주기도 했다. 그리고, 동아리원들의 신뢰와 애정은 사서로 살아갈 때 아주 큰 힘이 되어주었다.


실제로 내가 어떤 사업을 기획하던 동아리 원분들이 입소문을 내어주시고 함께 참여해주시는 경우가 많아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우호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이용자들과 지역의 이야기를 듣고 도서관에 어떤 점이 불편하고 어떤 점이 좋은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모인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순수한 모임에 대한 동기와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가 좋다. 좋은 점이 정말 많아서 놓치고 싶지 않은 업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욕심이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대규모의 행사나 도서관 관리와 행정에 필요한 업무에서 늘 차순위로 밀리게 된다. 그럴 때도 "사서가 참 바쁘고 힘든 직업이야." 하시면서 토닥토닥해주실 때는 사람들에게서 받았던 상처나 힘들었던 점이 눈 녹듯 사라진다.


동아리도 하나의 업무라고 생각하고 사무적으로 운영한다면 또 하나의 사람을 마주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동아리를 운영해나가는 하나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하면 함께 보내는 시간이 사서에게 서비스 전문직으로서는 아주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좋은 사람들과 보내는 좋은 시간이 만들어 내는 긍정적인 시너지의 효과가 분명 있다.


나에게 도서관 독서동아리란 그런 존재다. 늘 고맙고 배울 점이 많은, 하지만 업무에 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거나 많은 것을 나누지 못하는 것은 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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