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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이들 Feb 13. 2021

5강_길 위의 요가, 매트가 없어도-도구가 없어도-

산티아고 길 위에서 하는 요가


어느 사바사나 시간의 일이었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요가 음악, Craig Pruess & Ananda의 Devi prayer가 잔잔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노래는 근심 걱정을 지워주는 축원의 기도라는데 나는 그 노래를 들으며 몰래 눈물을 삼키는 중이었다. 잔뜩 눈물을 머금은 눈을 차마 뜨지도 못하고 결심했다. '나, 산티아고에 가야겠어.' 그다음 날로 비행기 표를 끊었다. 짐을 쌌다. 그다음 주에 나는 산티아고로 가는 길 위에 있었다.


길 위에는 요가 선생님이 따로 없다. 요가 매트도 없고, 요가 링도 없고, 볼스터나 블록 같은 소도구도 없다. 편안한 음악도 없었다. 모든 짐은 내 등 뒤에 있었다. 짊어질 수 있는 만큼, 자기 짐은 자기가 짊어지고 가는 것이 이 길의 가르침이기에 나는 요가를 위한 도구는 챙기지 않았더랬다. 무거우면 무거운 만큼 길은 고되고 괴로워졌다. 하지만 괴롭지 않고 싶어서 온 길이었기에, 몸의 짐도 마음의 짐도 내려놓기 위해 내딛는 발걸음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짐은 사양이었다.


길 위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나처럼 소중한 사람을 잃어 이 길을 걷는다는 사람도 있었고, 스스로를 찾으러 왔다는 사람도 있었으며, 언젠가 이 길을 함께 걸었을 아내를 그리워하며 이제는 혼자 걷는 나이 86세의 할아버지도 있었다. 또 단순히 긴 휴가를 얻은 김에 휴양차 왔다거나, 다이어트와 체력단련을 위해 온 사람들도 있었다. 저마다의 사연과 저마다의 인생을 두고 무언가 생각하고 싶어 길을 걷는 이도 있었고, 행복하는 법을 잊어버려 행복해지고 싶어 왔다는 이도 있었다. 길은 정답을 내려주지 않았고, 각자가 품은 소망을 모두 이루어 주지도 않았지만, 걷다 보니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뜨거운 한낮의 태양 아래 시원한 물과 나무가 있는 그늘, 살짝 젖은 듯한 신선한 새벽 공기, 허기를 느끼는 일의 소중함, 길 위에서 마시는 갓 짜낸 착즙 오렌지 주스의 달콤함, 거대한 자연 속에 일부가 되었다는 일체감, 함께 걷는 이들이 내밀어주는 다정한 손과 마음. 일상의 감각이 돌아오고, 몸의 감각이 확장되는 경험. 모두 같은 길을 걸었으나 모두 각자의 삶을 짊어지고 걸어갔다. 이 사람들과 어울려 웃고, 떠들고, 걷고, 서로의 길을 응원해주다 보니 어느새 산티아고에 도착해 있었다.


여기선 요가를 어떻게 하냐고? 산티아고로 떠난 것은 요가를 배우기 시작한 지 불과 세 달쯤 되었을 때다. 숙련된 요기라면 요가 동작이 몸에 배어있어 길 위의 요가조차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머리로 어떤 동작을 배웠었는지 떠올려야 했고, 그 동작이 어떻게 생겼는지, 선생님이 어떤 주의사항을 말씀하셨는지 일일이 떠올리며 동작을 취해야 했다. 요가를 운동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이미 운동은 하루 종일 배낭을 메고 산과 들을 걸어 다니며 충분히 많이 했으니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막 요가 초보자가 된 나는 어쩐지 요가를 못한다고 하니 요가가 너무 그리워졌다. 그립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하루 종일 걸어 퉁퉁 부은 발과 다리를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마을에는 주로 4-5시 사이에 도착하곤 했는데, 보통은 씻고 나면 그 날 입은 옷을 빨아 빨랫줄에 널어 두고는 나도 빨랫감처럼 잔디밭이나 썬배드에 누워 뒹굴거리다가 저녁을 먹곤 하는 식이었다. 그러니 길 위에선 땀나고 힘찬 요가가 아닌 뒹굴면서 할 수 있는 요가와 침대 위에서 할 수 있는 요가 동작이 필요했다. 몸이 약한 나는 내일도 걷기 위해서 매일 요가를 했다. 오늘 소개할 동작들 역시 조용한 생존 요가되시겠다.


다음은 이것은 내가 길 위에서 매일 했던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가장 유용했던 요가 스트레칭 동작이다. 특별한 요가 도구가 필요하지도 않고, 대단한 요가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다. 무엇보다 잘할 필요가 없다. 그냥 오늘 하루 고생한 내 몸이 조금 더 쉴 수 있도록 틈을 마련해준다고 생각하자.


다리 들어 올리기
하루 종일 땅을 향해 발을 디디며 걸은 다리는 모르긴 몰라도 조금씩 다들 부어있게 된다. 아래로 쏠려있던 피를 다시 전신으로 퍼뜨리기 위한 동작인데, 정말 피곤하여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엔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에 이것만이라도 해주었다.
까미노 길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동작이다. 침대에서 할 수 있는 동작으로 나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15분씩 다리를 올려주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나는 2층 침대를 좋아했는데 이유인즉 다리를 벽에 대고 들어 올리기 편하기 때문이었다. 그림으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은 동작이 된다.


고관절 이완하기
무릎을 맞대고 앉는다. 두 팔을 뒤로 보낸 뒤, 천천히 앞쪽으로 가슴을 바닥을 향해 내린다. 이때 주의해야 하는 것은 결코 숨을 참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천천히 내려갈 수 있는 만큼만 숨을 쉬며 내려간다. 내려간 곳에서 호흡한다. 천천히 천천히 몸이 이완되는 것을 느낀다. 많이 내려간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다. 천천히 내 몸이 이완되는 것을 느끼자.


소화가 잘 되는 동작
차렷 자세로 서 있는다.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든 다음 검지와 중지를 붙인다. 크게 어깨를 돌려가며 회전시킨다. 손이 앞으로 갈 때는 최대한 가슴을 펴서 명치 부분이 이완되는 느낌을 갖는다. 멀리서 보면 흡사 외계인이 우주와 교신하는 모습이다.


발바닥 밟아주기
나뭇가지나 막대기만 있다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하루 종일 피곤해진 발을 위한 동작이다. 순례자 지팡이를 샀다면 그것을 활용하자! 등산스틱을 밟았다간 부러질 수도 있으니까. 나는 알베르게에 있는 나무 빗자루를 밟아주었다.

알베르게에서 만난 미국인 청년에게 빗자루 밟기를 가르쳐 주고 있는 나. 그는 몹시 괴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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