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

캠퍼스 전도 탐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1

계속 두드리면 어쨌든 문은 열린다.

by 권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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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교내 전도 탐사 다큐멘터리

<제발 따라오지 마세요?> 작업 회고.


01 기획 단계


소재 발굴과 기획안 작성

가장 초기의 기획 단계에서는 교내의 모 동아리를 집중적으로 관찰해보고 싶었다. 유난히 학생들에게 저격을 많이 받고 있는 기독교 동아리인데, 5년 전 신입생으로 입학한 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조명받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분명히 왜곡되고 과장된 정보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체를 알고 싶었다.


이후 수업 시간의 피드백 과정을 거쳐 '교내 전도 행위'에 대한 관찰로 초점이 옮겨졌고, '종교의 자유가 먼저인가? 종교의 자유를 거부할 자유가 먼저인가?'라는 정답 없는 질문을 찾아 나서는 다큐멘터리로서의 중심점을 잡아 나갔다.


기획 작업은 영화가 완성되는 시점까지 계속되었다. 초기 소재를 중심으로 한 기획안을 시작으로, 촬영 구성안 및 편집 구성안을 작성하며 실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정도까지의 형태로 구체화되어 갔다.


다큐멘터리 기획 작업은 마치 실험의 과정 같았다. 촬영 전 일정한 범위의 가설을 설정하고, 현장에서 설정된 가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극영화에 비해 현장에서의 변수가 훨씬 많았고,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스펙트럼 자체도 넓었다. 그렇기에 극영화와는 다르게 기획 단계의 구성안의 마무리가 항상 흐릿하고 뭉툭한 물음표의 형태를 할 때가 많았다.


흔들리는 마음 바로잡기

약 3개월 반이라는 한 학기의 시간 동안, 다큐멘터리 작업에 일정한 집중력을 유지하지는 못했다. 때때로는 완전히 작업에 흥미를 잃어 번 아웃 됐을 때도 있었다. 아마 9-10월 경이었던 것 같다. 중간고사 준비에 시간을 쏟다 보니 자연스레 다큐멘터리 작업과 잠깐 멀어졌던 것.


중간고사를 끝낸 후 위기감이 몰려왔다. 연출자로서 팀원을 리드하고, 작업을 완성시켜야 할 의무를 짊어진 상태에서 작업 동기가 거의 바닥을 쳤다. '내가 왜 이걸 시작했을까'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내가 멈추면 모든 게 멈춰버리는 상황이었고, 아무도 나를 일으켜 세워주지 않을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펜을 꺼내 들고, 내가 꼭 이 작업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써내려 갔다. 처음 이 작업을 시작할 무렵의 마음가짐을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이 작업이 끝났을 때의 내 모습을 상상했다. 신기하게 다시 텐션이 올라갔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https://brunch.co.kr/@kwontaeuk/17

[도망치고 싶은 나에게 주문 걸기: 지금 내가 다큐멘터리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


이후에 작업을 진행시켜가면서도 여러 어려움에 봉착하면서 마음이 불편해질 때가 종종 있었다. 아니, 꽤 많았다. 그럴 때마다 펜을 꺼내 들었다. 현재 내 마음 상태가 어떻고, 그런 마음이 들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써내려 갔다. 그런데 의외로 굉장히 심각한 문제들은 별로 없었다. 내가 조금 더 움직이면 되고, 조금 부끄럽거나 겁나는 것들에 눈 딱 감고 한 번 부딪히고 나면 간단하게 해결될 것들이었다. 그렇게 부정적인 마음들을 조금 더 빠른 시간 내에 손쉽게 컨트롤하며 조금씩 나아갔다. 인생 공부를 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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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촬영 단계


머피의 법칙, 아주 끝장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도인들을 관찰해야 했다. 그렇게 많이 보이던 전도인 분들이 카메라를 들고 난 이후부터는 보이지가 않았다. 매주 1-2회씩, 날을 잡고 하루 종일 학교 정문과 후문을 수십 번 오갔다. 처음엔 허탕치고 그냥 끝나는 날들도 있었다. 그때마다 두려움이 몰려왔다.


'이거 정말 완성할 수 있을까?'
'만날 수 있긴 한 걸까?'
'내가 왜 이거 한다고 해서 추운데 이 고생일까'


온갖 부정적인 마음이 몰려올 때마다 교수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마음을 더 강하게 먹으려고 했다.


불가능의 임계점을 넘기면, 결국 문은 열리게 되더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라.


아직까지 내 노력이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약간은 미친 사람처럼 집요하게 학교를 계속 돌아다녔다. 실제로 포기하고 집에 갈까 생각이 들 무렵 마지막 한 바퀴를 돌고 있는데, 마침 한 명의 전도인을 만났다. 실제로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중요한 소스들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초기에는 전도인들의 주 활동 시간대 및 이동 동선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만나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정보가 없기 때문에, 초기에는 그냥 무식하게 부딪혔다. 그 과정들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요 활동시간 대와 이동 동선 파악이 가능했고, 보다 효율적인 관찰이 가능해졌다. 하루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면 적어도 평균적으로 한 두 팀은 꼭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쌓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금 더 확신을 갖고 관찰을 진행했다. 확실히 초기에 비하면 허공에 칼질하는 느낌이 적게 들었다.


누군가를 몰래 찍는 것도 참 어려웠다. 적대적인 관계에 가까운 피사체를 향해 카메라를 드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용기를 필요로 했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장면들을 놓쳤다. 막상 결정적인 순간을 마주했지만, 내가 준비가 되지 않아 그냥 흘려보낸 상황도 많았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들을 한 두 번씩 겪어내며, 다음에 유사한 상황과 마주했을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시나리오를 짜고,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다. 결국 이 문제, 이 두려움도 자연스럽게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계속 부딪히며 경험을 쌓아가다 보니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극복이 되더라는 것.


<캠퍼스 전도 탐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02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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