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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욱 Sep 08. 2018

정말, 의식의 흐름.

이 글은 두서가 없습니다.

어떻게든 글을 쓰기로 마음 먹은 날이지만,

다른 사람이 볼 것을 생각하면서 다듬고 다듬어 낸 글을 완성하기엔 힘에 부친다. 그리고 오늘은 주말이다. 쉬어야 하는 날이다.


스트레스 받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마음대로 쓸거야.


문장의 호응이 맞지 않을 수 있어요. 흐름도 없어요.

다듬어 내지 않은, 날 것의 글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해요.


이 것도 내 모습이야.


1

꽤나 평온했던 내 감정 상태가 요즘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높이 차가 꽤나 되어보이는 감정 기복이 하루에 적어도 열 번은 넘게 일어나는 것 같다.


정말 다행히도 내 자신이 무너져내릴 것 같은 깊이감으로 파고 드는건 아니지만, 꽤나 자존감이 흔들리는 모양새를 하고 있는건 확실하다.


그래서 나의 괜찮은 부분을 자꾸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

나는 내 커리어에서 자존감의 많은 부분을 찾고 있는 게 확실하다. 신기한게 힘은 안나는데, 회사에서 기깔나게 멋진 아웃풋을 내고 싶은 욕심은 생기더라.


2

기분이 우울해질 때면, 지금 내 앞에 놓여진 상황들을 모두 펼쳐놓고 하나씩 없애본다. 이게 없었으면, 지금 나는 괜찮을까? 아니면 이 것? 저 것?


사실 펼쳐놓을 것도 없이 당장 머릿 속에 떠오르는 3-4개의 것들로 문제의 원인은 대개 좁혀진다.


3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점점 무뎌지는 느낌을 받는다. 예전만큼 예민하지 않은건 부정할 수 없다. 하루 하루를 넘겨가는 삶을 보낸 것 같다. 한 번 물면 놓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싸우지 않았다.


나는 이게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아. 사람이 어떻게 1년 내내 에너지 짱짱 뿜뿜이야 하고서만 살 수 있을까.

몰라. 설령 그런 사람이 있다해도 말야. 나는 나야.


4.

난 분명 자극에 무딘 사람이 아니다. 찔리면 예민하게 반응한다.  사실 너무 예민해서 피곤하다.조금은 뭉툭하게 살면, 세상 편할텐데. 하는 생각을 종종, 이 아니라 꽤나 자주 하니까.


5.

사실 인풋이 너무 없었다. 한 껏 사두고 읽다 말은 책들이 수두룩하고, 자극에 탄력 받아서 쌩- 하고 달리는 기분을 느낀 적이 꽤나 오래 전인게 맞다. 여기서 나에게 오래 전이라 함은, 한 달 남짓한 기간인 듯 하다.


예전에 브런치에 이런 말을 남겼다. 일주일에 한 번은 나에게 자극을 주는 무언가와 만나자.그리고 그 것이 다음 한 주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게 하자.


요거 잘 되었다고 상상해보면, 참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바라던 삶의 모습과 닿아 있다.


무뎌지는 걸 항상 경계해야해


출근길에 책을 다시 펼쳐들었고,


주말인 오늘은 밖으로 나와서 주변 마케터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브런치 파도타기 하면서 마음에 닿아온 구절들을 에버노트에 담았다.


막연히 ‘마케터’가 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다음엔 OO 마케터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다. ‘병원 마케터, 페이스북 마케터, 블로그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App 마케터 등…’ 그런 전문 분야만이 나의 미래를 보장해 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수단보다 본질을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마케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너무 어려운 것 같다. 끊임없이 나의 길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고 찾아나가야하고 잘 해내야 한다는 것이 가끔은 버겁기도 하다.

나 또한 두려움 없이, 내 길에서
온전한 나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 사람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면이든, 나쁜 면이든 어떠한 면으로 비치는 사람의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모습일 뿐, 그 사람의 모습이 아닐지 모른다.

사람에서 오는 스트레스, 사람에 대한 실망은 순전히 내 탓이다.

우리 모두 별로라고 인정하면 쉬운데 ‘내가 입사한 이 회사는 좋을 것이다, 편할 것이다, 이 사람은 이럴 것이다.’ 라는 기대심이 참 우리를 힘들게 한다.
대상에 대한 애정이 생기면 관찰하게 되고 세심하고 날카로운 감각이 발휘되기 마련이야.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어떤 일을 할 때에는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설명할 줄 알아야해요.
직관적 사고는 분석적 사고에 기반을 둔 완벽한 숙련에서 나와요.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창의성의 핵심은 반복된 숙련에서!


6.


이 글, 너무 좋은 글이다. 나다움이라는 걸 찾는답시고, 너무 나만 보았던건 아닐까. 주변을 너무 둘러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다움을, 내가 속해있는 그룹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찾아나간다는 건.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건데, 이 당연한 생각을 왜 난 하지 못하고 있었던 걸까.


일은 혼자하는게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라는 걸 입사 6개월 차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깨달았다. 그 과정에서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분하기 시작했고,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나가는 시간을 거쳐나갔다.


그래서 억지로 outgoing 해보이려 노력하지 않기로 했다. 있는 그대로의, 지금 내 모습에서도 빛나는 부분은 분명히 있고. 많다. 많아요. 그리고 나는 존나 잘하고 싶어하고, 잘 하려는 과정 속에 있고. 이미 잘 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7.

어쨌든 기록은 참 중요하다. 나 처럼 커리어에서 자존감의 대부분을 찾는 사람에겐 특히 더.


시간이 지나서 차곡차곡 성실하게 정리해둔 그 동안의 내 모습을 돌이켜보는 건 어떻게든 나에게 도움이 된다.


무뎌지지 않기로 합시다. 연희동 로매지크는 역시나 내 기분을 좋게 만들었지만, 마호가니 커피는 그냥 그랬다.


8.

병아리 마케터 7개월 차를 지나가고 있는 지금.

그래서 인턴 생활 회고록은 언제 쓰지.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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