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낚이고 있는 '다음의 홈&쿠킹' 코너 사람들에게~
브런치 작가들이라면 한 번쯤은 온다는 조회수 폭발이 지난 5월 말, 내게도 조용히 왔다 갔다.
다른 작가들처럼 몇만 번의 조회수는 아니어서 조회수가 7천여 회 나온 첫날 이후로 내 흥미와 관심도가 뚝 떨어지긴 했다. 조회수 폭발한다고 해서 뭐 내 인생 딱히 달라질게 무어냐!
그런데, 조회수 폭발의 글이 조금씩 검색이 되는지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숫자가 찍힌다. 이후 발행한 글도 있는데, 그 글보다 더 많이 읽힌다. 포털의 검색알고리즘을 내 알바 아니지만, 포털의 힘이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이다. 신기하다.
내가 쓴 글은 메거진 <돼지 그리고 껍데기 2>의 27번째 '과소비가 문제다'라는 글이었다. <돼지 그리고 껍데기 2> 메거진은 살찐 내 모습의 돼지 같은 자화상을 소소한 일상의 껍데기에 덧입혀 끄적거려 보는, <돼지++껍데기>로 엮어놓은 글모음이다. 최근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들도 군대에 입대하여 집에 먹거리가 넘쳐나는 감상을 '과소비가 문제다'라는 글로 적어보았더랬다. 집에 간식거리가 넘쳐나기에 장 보는 횟수와 구매물품의 용량을 줄여야 한다며 과식을 하니 과소비를 하는 것일까? 과소비를 하니 과식을 하는 것일까? 말장난 같은 고민을 하며 썼던 글이다. 글 말미에 사진은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시장탐방을 하면서 잔뜩 사 온 떡볶이와 튀김, 족발, 김밥 등의 과식유발 사진을 덧붙여 놓았다. 과식도 문제지만, 돼지++의 과소비가 문제라는 문구와 함께.
브런치에 올라온 새 글들을 보다가 우연히 내 '과소비가 문제다' 글 조회수가 4천 회를 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라며 살짝 흥분이 되었다. 하루동안 7,500여 회를 찍더니 그다음 날 4,140여 회를, 그다음 날 1,100여 회 조회수가 나왔다. 조회수 폭발했다는 다른 작가님들 글을 보니 1만 회는 금방 넘어간다길래 첫날에 살짝 기대도 했지만, 화력부족이었다. 당일치기였다. 그냥 한번 경험해 보는 걸로 족했다.
그런데, 대체 어디에 글이 올라왔길래 조회수가 올라갔을까 궁금했다. 카카오다음에서 운영하는 플랫폼이니 다음 홈페이지에 노출되지 않았을까 합리적인 의심을 하면서 다음 홈페이지를 꼼꼼히 뒤져봐도 내 글이 보이지는 않았다. PC와 모바일 홈화면을 번갈아 살펴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뉴스, 스포츠, 연예 탭은 당연히 아닐 것이고 과소비라는 제목에 머니 탭에 올라갔나 싶어 찾아도 보았지만 볼 수 없었다. 돼지++ 제목 때문일까 하여 동물과 FUN 탭도 살펴봤지만 내 글은 보이지 않았다. 대체 조회수는 어떻게 올라간 거지?
한참 다음 메인화면을 새로고침하면서 보다 보니 홈&쿠킹 탭에서 내 글이 노출되고 있었다. 내 글이 왜 이런 데에 올라가고 있지? 홈&쿠킹에 올라온 글들을 살펴봤다. 생활의 아이디어나 유용한 팁, 맛집소개, 다양한 음식들과 레시피, 건강 관련 콘텐츠들이 올라오는 곳이었다. 내 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탭이었다. 다음의 콘텐츠 선택하는 알고리즘은 대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음식사진을 보고선, 과소비가 문제다라는 텍스트를 보고 클릭한 사람들은 내 글을 보고 '뭐지? 이건?' '내용하고 사진하고 어울리지도 않는구먼!' '아니, 왜 이따위 글로 클릭수 낚시질이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조회수는 대폭 늘었지만 브런치 글의 공감수나 구독자 수는 크게 늘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메인 화면에 노출됐으니 무심결에 클릭했다가 황당한 내용과 이상한 사진에 당황하며 금방 페이지에서 나가버렸을 것이다. 조회수가 1만 회 이상으로 더 올라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포털화면에서 콘텐츠가 2~3일간 롤링된다는 것도 이번에 새삼 알게 되었다. 자고나도 조회수가 몇천 회를 찍으니 궁금해서 계속해서 지켜봤다. 24시간 노출되었다가 사라질 줄 알았더니 계속 보였다. 홈&쿠킹 탭에서 며칠간 내 글이 보였다. 내 글처럼 주제탭과 어울리지 않는, 좀 엉뚱한 콘텐츠들이 여기저기 보이기도 했다. 내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내 글이 며칠간 포털화면에서 사람들에게 황당함을 선물했다고 생각하니 다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떤 정보나 내용을 가져가려고 클릭했을 사람들은 '과소비가 문제다' 글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네티즌 12,855명에게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 본의 아니게 엉뚱함을 선물해 버렸다. 다만, 선물한 사람이나 선물을 받은 사람이나 모두에게 그냥 재미난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전히 '과소비가 문제다'의 조회가 모바일 다음을 통해 많이 이루어진다. 이전과 이후 발행된 글들이 있는데도 꾸준하게 조회수 1위로 통계가 나온다. 지금은 포털메인화면에서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검색되어 조회가 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종종 내 다른 글들도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으면 좋겠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글의 조회수가 올라가니 기분은 좋은 건 사실이니까!
편하게 끄적거리는 <돼지++껍데기>의 '과소비가 문제다'가 문제가 아니라
이것저것 아무 콘텐츠나 긁어 메인화면에 올리는 AI 알고리즘이 문제이지 않을까?
문제 같지 않은 문제들 속에서 엉뚱함으로 재미난 일상이 되었으면 그걸로 족하다.
나도 낚이고 다른 사람들도 낚이는 포털화면의 콘텐츠 속에서
모든 브런치스토리 작가님들이 행복하면서 잘 살아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