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어둠 속에 반짝이는 고양이 별 하나

by 홍환

유키는 아내가 친정에서 키우다가 결혼을 하면서 나와 같이 살게된 고양이다. 나는 책임질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반려동물 키우는 것을 꺼려하는 타입이라 아내가 눈치를 보면서 데리고 왔었다. 처음에는 나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아서 물고 뜯고 할퀴고 난리도 아니었다.(이때 고양이가 할퀴는 것 보다 무는 것이 훨씬 더 강력하고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이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서로가 체념하며 조금씩 양보해 나가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자 어느새 절친이 되어 있었다. 나와 유키가 아내를 내버려 둔 채 둘이서 꽁냥꽁냥대고 있으면 아내가 자식새끼 키워봤자 소용 없다며 한탄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본의 아니게 유키와 함께 행복했던 기억들을 잔뜩 만들게 되었다.


유키는 나와 만난지 10년 뒤에 숨을 거두었다.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로 사망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우는 아내를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해서 유키의 시신을 보는 순간 아내가 우는지 어쩌는지 살필 정신이 없어졌다. 내가 먼저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흘리며 목놓아 울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사후경직이 일어나 딱딱하고 뻣뻣해진 얼굴과 몸이 마치 박제나 모형 같았다. 생기가 모조리 빠져나가 정말로 죽어버렸구나 하는 실감이 무섭게 떨어져 내려 마음을 산산조각 냈다. 살면서 반려동물 때문에 울었던 것은 그게 처음이었다. 정말 처참할 정도로 무너져내린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진정한 고통은 유키를 화장하고 돌아온 후부터 시작되었다. 한 집에서 같이 살며 항상 마주치던 생명체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니 그 상실감이 말도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집안 곳곳마다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에 외면할 수도 없었다. 따뜻한 몸으로 살아 숨쉬던 생명체의 흔적이 이렇게나 선명하게 남아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비수가 되어 가슴을 찔러댔다. 베이는 것이 아니라 찔리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상실감의 형태가 선명했다. 유키는 죽었다.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그런 용납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끊임없이 마음을 난도질 당하고 있었다.


그 무렵 상실감에 시달리던 나에게 가장 위로가 되었던 것은 지인들이 보내준 ’무지개 다리를 건너 고양이 별로 갔다‘는 표현이었다. 나는 사후세계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죽음이라는 것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생명활동의 끝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고양이 별로 갔다는 말이 위로가 되었다. 이대로 완전히 소멸해버린 것이 아니라 인지할 수 없는 시공간 어딘가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만으로도 상실감을 상당히 달랠 수 있었다. 물론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은 알고있지만 ’어쩌면...‘의 바늘로 단단한 현실에 구멍을 내서 고양이 별에 대한 가정을 이어가는 것 만으로도 짓눌린 가슴이 한결 더 가벼워졌다. 세상을 떠난 고양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터무니 없는 가정이 신기할 정도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 순간 인류가 사후세계를 전제로 한 장례문화를 만든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캄캄한 마음 속에 반짝이는 고양이 별 하나를 띄우는 내 마음과 틀림없이 똑같았을 것이다.


오늘은 유키의 첫 번째 기일이다. 1년전 오늘 유키는 고양이 별로 갔다. 죽은 게 아니다. 무지개 다리를 씩씩하게 건너 고양이 별로 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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