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잘 해내야 한다는 적당한 심리적 압박은 정신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어 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반대로 과도한 심리적 압박은 이걸 잘 해내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과 불안 때문에 몸과 마음이 경직되어 평상시 보다 더 나쁜 결과를 내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이 공식이 아주 민감하게 적용되는 타입이라 심리적 압박의 강도와 결과물이 나빠질 확률이 뚜렷한 경향성을 가지고 비례한다. 반대로 심리적 압박이 약한 상황일 경우에는 명백하게 능률이 올라간다. 주관적인 느낌으로도 객관적인 평가로도 심리적 압박이 덜 할 때가 훨씬 좋은 결과를 낸다.
그래서 나는 직장을 고를 때 내가 2-3회 정도 연속해서 나쁜 결과물을 내더라도 ‘아... 이 사람 완전히 글러먹었는데...’ 라고 생각하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있는 동료와 일할 수 있느냐를 중요시 한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직장으로 옮기게 될 때에는 한 명이라도 좋으니 동료와 저런 신뢰관계를 쌓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그래서 입사 초기에 심리적 압박감에 짖눌려 평상시 보다 좋은 결과물을 내지 못하는 기간을 얼마만큼 버텨낼 수 있느냐가 장기근속 가능 여부를 판가름 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나의 사례처럼 ‘몇 번은 실패해도 된다. 몇 번은 망쳐도 된다.’ 라는 느슨한 긴장 속에서 불안과 두려움 없이 임할 때 더 편안한 마음으로 더 뛰어난 결과를 내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은 비단 회사 업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식에 대한 접근도, 감정을 다스리는 일도, 타인과의 관계도, 취미를 대하는 자세도 모두 같은 공식이 작용한다.
그래서 어쩌면 삶을 손에서 놓지 않게 만드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말은 ‘아무 것도 해내지 않아도 좋으니 거기에 살아만 있어 주세요.’일지도 모른다. 아무 것도 해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심할 수 있는 지지대가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뭐라도 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