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

by 홍환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해라.’라는 유명한 현대 격언이 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직업으로 삼는 순간부터 그저 좋아하기만 하는 쪽에 서 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괴로운 것들을 감내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좋아하던 일을 더 이상 좋아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위험을 경고하는 격언이다. 이 세상의 모든 직업 활동에는 어쩔 수 없이 고통이 수반되니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골라 항상 앞서나가는 충족감이 직업 활동을 이어나가는 더 큰 동기가 되어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20대 청년이던 시절에도 이런 마을 들어봤지만 그 당시의 나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별 생각없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 중 하나인 게임 업계로 달려가 게임을 만드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격언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게임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예전만큼 게임을 좋아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어 버린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그 중에서 가장 가벼운 것을 예로 들자면 게임을 플레이 할 때도 게임의 구조를 살피게 되는 습관을 들 수 있겠다. 단순 소비자였을 때는 신경쓰지 않았던 이 부분을 어떻게 제작했는지를 나도 무르게 계속 살펴보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참신한 부분들은 기억해두고, 미흡한 부분은 이렇게 개선하는 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보면 게임 세계라는 허구에 대한 몰입이 깨진다. 이게 한번 깨지면 순수하게 소비만 하며 즐거워하던 순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그래서 종종 역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은 실수였나. 역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잘 할 수 있는 일을 골랐어야 했나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 뭔지를 떠올려 보면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20대 때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뭔지를 몰랐기 때문에 고민의 여지없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자고 결심한다 해도 결국 흥미로운 분야에서 탐색을 할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봐도 결국 좋아하는 것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을 듯하다. 지금은 예전만큼 순수한 자세로 게임을 즐길 수 없게 되었지만 게임을 만드는 직업 활동을 통해 만드는 보람을 추가로 알게 되었다. 좋아하고 동경하는 세계에 몸담고 있다는 자부심과 뿌듯함도 있다. 잘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몰라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했는데 결국 그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 중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나는 이 정도면 만족한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에 한 점 후회도 없다.


keyword
이전 07화출판사의 수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