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의 수문장

by 홍환

내가 출판사라는 곳을 처음 방문했던 것은 스무 살이 된 지 몇 해 뒤의 일이었다.


당시 만화 스토리 작가의 길을 걷고 있던 나는 악착같은 노력으로 간신히 한 만화 잡지에서 연재 지면을 따내 정기 연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웹툰이라는 개념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던 종이 만화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씩 원고 검토를 받기 위해 지방에서 비싼 차비를 내고 서울로 올라와 출판사를 찾아갔다.


그 출판사 건물 1층에는 항상 건물 관리 겸 경비 일을 하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계셨다. 내가 그 할아버지께서 아끼는 손자였다 하더라도 '우리 할아버지는 참 좋은 분이지만 그래도 좀 무섭긴 하시지 ㅋ' 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이 무서운 분이었다. 그 분은 항상 내가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퉁명스러운 말투로 뭐 하러 왔느냐고 물었다.


사회 경험이 적어서 한참 어리숙하던 무렵인데다 사투리도 심했고 할아버지의 인상도 무서워서 잔뜩 움츠러든 나는 더듬거리며 잘 알아들을 수 없게 용무를 대답했다. 그러니 그 모습이 더욱 수상해 보여서 할아버지는 더욱 목소리를 높여 추궁했고 나는 더욱더 움츠러들어 횡설수설하다가 담당 편집자님의 직함과 성함을 겨우겨우 꺼내고 나서야 편집부로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달마다 출판사를 찾다 보니 할아버지께서 내 행색을 외우기 힘드셨는지 아니면 매번 볼 때마다 수상한 느낌이 들어서 그러셨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아무튼 매번 내 방문 용무를 추궁하셨다. 출판사로 향하는 버스를 탈 때마다 아, 오늘도 엄청 추궁 당하며 혼나겠지 하는 생각에 위가 콕콕 쑤셨다.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상황을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열 개도 넘게 떠오르지만 그때는 너무 어리숙해서 능숙히 대처하질 못했다. 그래서 연재를 하던 1년간 매번 그 일을 겪었다. 그 뒤로는 출판사 갈 일이 거의 없었기에 지금까지도 출판사라는 곳은 나에게 있어서 1층에 무서운 수문장이 앉아있는 이미지로 남아있다.


가끔 면접관으로 들어가서 아주 젊으신 지원자분의 면접을 보다가 어리숙한 느낌으로 당황하는 상황이 생길 때마다 출판사를 찾아가던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올라 최대한 많이 웃고 농담도 건네며 긴장을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적어도 내가 머물렀던 곳에 찾아온 용감한 모험가님들에게는 그렇게 무섭고 괴로운 기억을 남기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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