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할 수 없는 미신

by 홍환

나는 대체적으로 미신을 믿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편이다. 하지만 예외로 딱 한가지 아주 좋아하는 것이 있다. 바로 불행한 일을 겪고난 다음에는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믿음이다.


이 믿음의 기원이 어디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불운한 일을 겪은 사람에게 액땜 했다고 생각하라는 말로 위로하는 방식 등으로 표현되곤 한다. 근래에 나쁜 일을 연쇄적으로 겪은 사람에게 나쁜 일은 다 지나갔으니 이제 좋은 일만 생길거라고 위로하는 말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믿음은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사실 아무런 논리적 근거도 없다. 하지만 운이라는 딱 잘라 설명하기 어려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개념이 끼어들면서 논리를 뛰어넘는 굉장한 설득력이 발생한다.


최근에 불운한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면 왠지 이제는 확률적으로 좋은 일이 생겨야 하는게 당연한 순리인 것처럼 느껴진다. 뒷마당을 팠다가 고대 유물을 발굴하게 되는 행운 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겪었던 불운한 일들 보다는 확실히 더 나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기대를 가지게 만든다.


이런 믿음을 기반으로 한 위로의 말들은 굉장히 그럴 듯 하게 들리기 때문에 단순히 힘내라는 말 보다는 확실히 더 강력한 힘이 있다. 물론 논리적인 근거는 없지만 불운한 일을 겪고 마음이 꺾인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감정이나 기분이다. 일단 마음이 회복되어야 삶을 다시 굴려나갈 수 있다. 논리적인 해결법은 그 다음에 투입해도 늦지 않다.


이런 믿음은 보통 불행한 사람을 위로하는 방향으로만 쓰이고 그 반대로는 쓰이지 않는다. 복권에 당첨되거나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사람을 찾아가서 “아이고 저런. 좋은 일은 이제 다 지나갔으니 앞으로는 나쁜 일을 겪을 미래만 남았군요.” 하고 말하는 경우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다시 생각해봐도 논리나 근거는 없지만 역시 이래저래 미워할 수 없는 미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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