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좋아해 보는 일

by 홍환

뭔가를 좋아하는 경험은 대체적으로 삶의 이로운 양분이 되지만 그중에서 특히 사람을 좋아해 보는 경험은 아주 중요하다. 연예인이나 가공의 인물이 아니라 손이 닿는 영역에 있는 현실 세계의 사람을 강렬히 좋아해 보는 경험은 시간이 지나도 두고두고 마음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는다.


보통 나이가 들면서 사회활동을 하며 사람을 넓게 든 깊게 든 사귀다 보면 대개 실망을 피할 수 없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이상적이라 여겨지는 사람도 속에는 다 어느 정도의 문제와 모순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세파에 휩쓸려 다니며 사람에 대한 실망이 누적되다 임계점에 도달하면 어느 순간 타인을 좋아하는 감각기관에 마비가 생긴다. 더 이상 누구도 좋아할 수 없고 애초부터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방법을 몰랐던 것처럼 차갑게 마음이 얼어버린다.


과거 손이 닿는 영역 안에 있는 누군가를 강렬하게 좋아해 봤던 경험은 이럴 때 빛을 발한다. 가공의 인물이 아니라 분명하게 살아 숨 쉬는 누군가를 직접 마음 최대의 출력으로 좋아했었던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실제로 일어났었던 찬란한 감각의 기억이 따뜻한 빛의 입자로 흩어져 얼어붙은 마음을 녹인다. 내가 누군가를 전력으로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각인시킨다.


그러니 인생의 어느 시기라도 좋으니, 연애든 동경이든 분야도 상관없으니, 누군가를 강렬히 좋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면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말고 전력을 다해 좋아해 보는 것이 이득이다. 특히 10대, 20대 때 찾아오는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기회들은 가벼이 여기지 말고 충분히 깊게 정성을 들여 그 감각을 느껴 보는 게 좋다. 나이가 들면 그 무렵의 강도로 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하기가 쉽지 않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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